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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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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출하량마저…" 삼성 갤럭시S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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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린 기자]

# 2016년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발화 이슈가 발생하자 천문학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전면 리콜 결정을 내렸다. 이는 기업 위기관리법의 좋은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을 장기 집권했기 때문이다.

#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를 둘러싼 위기론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7년 전처럼 '정면 돌파'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데 이번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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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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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S23'이 흥행몰이 중이다. 출시한 지 50여일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고,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도 전작인 '갤럭시S22'와 견줘 우수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갤럭시S23은 '우수한 카메라 기능'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최근엔 이를 활용한 기발한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갤럭시S23 울트라' 카메라의 100배 줌 기능을 이용하면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글씨의 옥외 광고를 삼성스토어 곳곳에 설치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3을 마케팅하는 데 이같은 '디테일한 전략'까지 사용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갤럭시S23을 비롯한 갤럭시 시리즈의 흥행 여부가 삼성전자엔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언덕'이나 다름없어서다. 그간 삼성전자의 실적을 지탱해오던 반도체 부문이 끝모를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재고량이 급증하는 사이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분의 1로 쪼그라들었는데, 이는 반도체 사업에서 '조 단위' 적자를 낸 탓이 크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VD(영상디스플레이)ㆍ생활가전사업부가 적자를 냈다는 걸 고려하면 실적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는 건 이제 스마트폰뿐이다. 그럼 갤럭시S23의 장기 흥행을 기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희망은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꿈일까 일장춘몽에 불과한 걸까. 갤럭시 시리즈의 현주소를 사안별로 살펴보자.

■ 출하량 왕좌의 위기 =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GOS 성능 제한 논란' '고성능 아이폰과 중저가 중국폰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는 숱한 논란에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애플의 아이폰(2007년)보다 뒤늦게 뛰어들었음에도 갤럭시 시리즈의 흥행을 통해 전세를 역전시켰고, 2012년 이후부터 출하량 기준 연간 시장 점유율에서 꾸준히 1위를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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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위기에도 갤럭시가 왕좌를 거머쥘 수 있었던 건 '갤럭시A'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덕분이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 시장이나 가성비를 따지는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삼성전자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년 하반기 한차례씩 신제품을 공개하는 애플과 달리 때마다 다양한 가격대의 파생 모델을 출시해온 것도 알찬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2023년에도 갤럭시가 왕좌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물량 공세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는 통계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23.0%, 삼성전자는 19.0%였다.

과거에도 '아이폰의 4분기 반짝 강세'는 있었다. 새 아이폰이 통상 4분기에 출시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3년 전까진 4분기에도 비등비등한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선전했다. 2017년(삼성 18.0%ㆍ애플 18.0%)과 2018년(삼성 18.0%ㆍ애플 17.0%), 2019년(삼성 18.0%ㆍ애플 18.0%)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애플이 공전의 히트작인 '아이폰12' 출시한 2020년 4분기부턴 상황이 반전했다. 이때 삼성전자 점유율은 16.0%에 그쳤고, 애플은 21.0%를 점유했다. 이듬해에도 '아이폰 우위 현상(삼성 19.0%ㆍ애플 22.0%)'이 유지됐고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연간 기준으론 지난해에도 '갤럭시 우위(삼성 21.0%ㆍ애플 18.0%)'가 이어졌지만, 애플의 위세 역시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다. 애플이 연간 출하량 기준 점유율 18.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이폰이 갤럭시와의 '출하량(물량) 격차'를 점차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 존재감 없는 갤럭시 프리미엄 = "삼성전자는 많이 팔지만 돈은 애플이 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오랜 격언이다. 프리미엄 전략을 전개하는 애플의 '대당 판매가격'이 월등히 높은 탓에 나온 말이다.

판매량에서는 갤럭시에 밀리지만, 매출 기준으론 애플이 부동의 1위다. 800달러를 웃도는 애플의 대당 판매가격과 견줘 삼성전자는 250달러 안팎에 불과해 격차가 세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의 강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줄었지만, 프리미엄(도매가 600달러 이상) 스마트폰 판매량은 되레 1% 증가했다. 프리미엄 제품이 매출 측면에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55%를 넘어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이 삶의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더 많은 돈을 쓰고 더 오랫동안 이용하려고 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면서 "이는 그간 가성비를 중요하게 따지던 신흥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앞서 언급했듯, 프리미엄 시장은 '아이폰 천하'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팔린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 75.0%가 아이폰이었다. 갤럭시는 16.0%에 그쳤다. 2021년(애플 71.0%ㆍ갤럭시 17.0%)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베스트셀링 단말기 10개 제품을 보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약세'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 10개 중 8개가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갤럭시 시리즈 중에선 두 모델이 이름을 올렸는데, 문제는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S22'가 아니란 점이다.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A13' '갤럭시A03'이 각각 4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두 제품은 LTE 전용 스마트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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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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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5G 통신이 대중화하지 못한 인도ㆍ동남아에서의 판매 실적이 반영된 결과였다. 글로벌 시장에선 갤럭시의 프리미엄 제품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만약 갤럭시S23의 판매량이 전작인 갤럭시S22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친다면, 올해에도 갤럭시S 시리즈는 판매량 톱10 단말기에 꼽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 시리즈를 통해 또다른 프리미엄 제품인 폴더블 시장을 장악했지만, 문제는 폴더블 시장의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점이다. 지난해 폴더블 스마트폰의 연간 출하량은 1800만대 수준으로 12억대를 팔아치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도 못 미친다.

여러 지표가 삼성전자 갤럭시의 '장기 침체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끝 모를 업황 부진에 빠진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 메모리 반도체처럼 말이다. 이 경고가 현실에서 나타난다면, 삼성전자로선 마지막 남은 '기댈 언덕'마저 잃는다. 진짜 위기는 어쩌면 그때부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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