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걸그룹의 곡 ‘큐피드’ 85위
소속사는 2년 전 설립된 신생 회사
홍보 어려워 국내서는 차트 밖
틱톡 ‘숏폼’ 통해 글로벌 인기몰이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왼쪽부터 멤버 시오, 새나, 아란, 키나.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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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 시각)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순위가 공개된 후 쏟아진 물음이다. 생소한 이름의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곡 ‘큐피드(Cupid)’가 94위에 올라있던 것. 미국 내 스트리밍 실적, 라디오 방송 횟수, 판매량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핫100은 빌보드 차트 중에서도 가장 오르기 힘든 메인 차트다. 하위권이라도 국내 인지도가 전무한 한국 그룹이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대단한 성과였다.
더 놀라웠던 건 이들의 배경. 지난 11월 데뷔한 신인 그룹이었고, 소속사 어트랙트는 대형 기획사도 아니고 2021년 처음 설립된 신생 중소회사였다. 당연히 거액의 홍보나 투자는 어려웠고, 그 탓인지 곡 큐피드(Cupid)는 지난 2월 발매 직후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 차트에선 100위권 밖을 맴돌았다. 하지만 지난 4월 1일 자 핫100 차트에선 턱걸이긴 하지만 100위로 진입에 성공했다. 데뷔 후 135일 만의 성과였고, 이 차트에 오른 K팝 가수(원더걸스·싸이·트와이스·블랙핑크·방탄소년단·뉴진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입한 기록이었다. 이어 지난주에는 핫100 85위, 지난 7일에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 61위로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K팝 팬들 사이에선 ‘중소돌의 기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도대체 비결이 뭐였을까. 가요계에선 가장 먼저 ‘소셜미디어로 옮겨간 세계 팝 유통 경로’가 꼽힌다. 요즘 틱톡에선 원곡을 2배 속도로 재생한 버전을 뜻하는 이른바 ‘스페드 업(sped up)’ 배경음악(BGM)이 인기인데 한 사용자가 ‘큐피드’를 이 버전으로 만들어 올리면서 인기몰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관련 영상 게시물만 220만 개에 달한다. 김도헌 평론가는 “과거에는 특정 음반사의 거액 프로모션만이 곡 유행을 주도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유행도 강력한 차트 영향력을 가진 새 유통 경로가 됐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여기에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 기본에 충실하고 귀에 잘 꽂히는 멜로디를 앞세운 음악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곡은 특히 소문 과정에서 “후렴구로 넘어가는 구간(프리 코러스)이 유독 좋다”는 평이 쏟아졌다. 13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기자들을 만난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기본에 충실한 음악, 진정성을 중시하려 했다”며 “앞으로도 정석대로 갈 것”이란 각오를 전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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