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점심시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CU 편의점에서 고객들이 도시락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BGF리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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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오모(35)씨는 요즘 주 3회 정도 편의점에서 식사를 한다. 자리가 없을 땐 도시락을 사와 동료들과 회의실에서 먹는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오씨는 “점심시간엔 계산하기 위해 대기 줄을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도시락뿐 아니라 편의점 커피도 하루 한두 잔은 마시는 ‘최애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가 치솟자 편의점이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보내는 ‘주요 목적지’로 떠올랐다. 가격이나 음식 구성·맛 등에서 만족할 만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요소다. 실제로 지난해 ‘편도(편의점 도시락)’와 ‘편커(편의점 커피)’ 등 편의점 식사에 쓴 돈이 2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직원이 도시락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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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외식 시장 2조원 육박
12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외식 시장은 지난해 1조9307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편의점 외식이란 도시락, 핫도그·치킨 등 핫 푸드, 테이크아웃 커피 같은 간편 식사류를 말한다. 올해 이 시장은 15% 성장한 2조2309억원(물가상승률 반영)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2조6469억원 규모였던 라면 시장을 바짝 추격하는 수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최근 서울 여의도·강남 등 오피스가 편의점엔 점심시간마다 도시락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도시락이 진열되기도 전에 팔려나가 ‘도시락 입고런’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편의점 CU 관계자는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도시락 오픈런이 늘어나고 있고, 직원들과 함께 먹기 위해 한번에 여러 개를 사 가기도 한다”며 “점심시간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5~6배 더 많다”고 말했다.
한 끼에 1만원이 훌쩍 넘게 드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시대에 개당 3000~4000원인 편의점 도시락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종류가 다양하고 맛이 균질한 것도 장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해 7.4% 올랐다.
올해 2월 출시한 뒤 약 두 달 만에 350만개가 판매된 GS25 편의점의 김혜자 도시락. 사진 GS리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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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도시락 350만 개 팔려
GS25가 올 2월 내놓은 ‘김혜자 도시락’은 약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50만 개를 넘어서며 도시락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 상품 출시 이후 현재까지 GS25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5% 증가했다. 오피스 매장이 91.5%로 가장 높았고, 관광지(86%), 학원가(79.1%)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CU는 ‘백종원 도시락’, 세븐일레븐은 ‘주현영 도시락’, 이마트24는 ‘39도시락’을 각각 대표 상품으로 내세운다. 최저 350원에 사 먹을 수 있도록 할인 혜택을 늘리는 등 가성비 경쟁도 치열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치킨 등 즉석 식품을 팔고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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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이마트24에서 판매 중인 ‘39도시락’. 사진 이마트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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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커피도 인기를 끌고 있다. CU는 이달부터 자체 즉석 원두커피인 ‘겟(GET) 아이스 아메리카노(XL)’의 가격을 2100원에서 2000원으로 인하하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GS25의 ‘카페25’는 지난해 2억4000만 잔 팔렸고, 올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해 26.6% 늘었다.
편의점 양산 빵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포켓몬 빵’ ‘생크림 빵’ 등 제품형 페이스트리 판매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656억원을 기록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총괄은 “고물가에 직장인들의 주머니가 얇아진 탓도 있지만, 편의점에서 식사와 간식을 넘나들며 취식할 수 있는 메뉴가 많아진 것도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서울 한 GS25 편의점에서 고객이 카페25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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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도시락 등 먹거리는 한국 편의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시그니처 카테고리”라며 “편의점들이 인력을 보강하고 다양한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등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어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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