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건설 현장 64% 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 중단·지연
건설·레미콘 업계 "시멘트 업계 설비보수 일정으로 생산량 급감"
시멘트 업계 "시멘트 생산은 늘어…수요 급증 따른 일시적 불안"
건설·레미콘 업계 "시멘트 업계 설비보수 일정으로 생산량 급감"
시멘트 업계 "시멘트 생산은 늘어…수요 급증 따른 일시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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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의 한 민간 아파트 건설 현장은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위해 레미콘 2070㎥을 주문했지만 주문량 중 68%인 레미콘 1420㎥를 공급받는데 그쳤다. 주문한 레미콘 공장의 공급량이 부족하면 인근 타 레미콘사에서 공급량을 보충받기도 하지만, 대체업체 공급도 씨가 마르면서 결국 레미콘 부족량(650㎥)을 구하지 못했다. 현장은 닷새 동안 공사가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2. 경기의 한 공공 아파트 건설 현장은 한 달 가까이 공사가 멈췄다. 해당 현장은 레미콘 550㎥를 주문했지만 주문량 중 절반도 되지 않는 240㎥만이 공급됐고, 대체 업체 공급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공사가 중단됐다.
레미콘을 구하지 못해 멈추는 건설 현장이 늘고 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이 제때 납품되지 못해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그 책임을 시멘트 업계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며 시멘트 업계를 향한 화살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생산량은 늘었는데 레미콘이 '귀한 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권 건설현장 64% 차질…공공공사는 9%만 레미콘 정상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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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3월 이후 수도권에서 시멘트·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 중단·지연된 현장이 절반 이상(63.6%)으로 조사됐다. 특히 레미콘이 관급 자재로 공급되는 공공 공사의 경우 42개 조사 현장 중 4개 현장만 레미콘이 정상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 업계는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으로 시멘트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근 시멘트 업계의 설비 보수 일정까지 더해지며 생산량이 줄어들어 든 것을 수급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탄소중립정책에 따라 시멘트 업계는 기존 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전환하기 위한 설비보수·개조에 속속 나섰는데, 업체 간 일정 중첩으로 인해 시멘트 생산량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전국 시멘트 생산설비(소성로) 34기 중 15기가 현재 보수에 들어갔는데 보수 설비 숫자는 예년과 비교하면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콘크리트 강도 기준이 강화되면서 레미콘을 만들때 넣어야 할 시멘트 함유량 기준이 올라간 점도 시멘트 수요 증가에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는 특히 시멘트업계가 출하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며 가격 인상의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일부 레미콘 업체는 시멘트 업계로부터 웃돈 구매 제안을 받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 "1분기 생산량 시장 수요 상회…시멘트 업계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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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2년 간 반복된 봄철 수요 급증을 감안해 공급에 주력한 결과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은 전년 보다 늘었음에도 급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수급이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시멘트 생산량은 1051만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6%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요를 의미하는 출하량(잠정)은 1066만t으로 전년에 비해 8.0%가 증가했다. 특히 2월은 외환위기 이후 동월 대비 같은 많은 시멘트 출하량을 기록했고, 3월 역시 다섯번째 안에 들어갈 만큼 수요가 많았다는 것이 시멘트 업계의 설명이다.
시멘트 업계는 다른 자구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멘트협회는 업계가 시멘트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보수 중인 시멘트 생산 설비는 4월 중 대부분 정비를 마무리하고, 계속 가동이 가능한 설비의 정기대보수 기간은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전했다.
시멘트 업계는 특히 해외 수요처와 계약했던 수출(1~2분기 동안 약 25만t 이상)을 연기해 계약 미이행에 따른 배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내수로 우선 송급하며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최근 레미콘 수급 불안의 원인을 시멘트 업계로 돌리는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위적 생산량 조절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공장은 고온으로 운영하는데 설비를 멈췄다가 재가동하려면 1기당 수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풀가동이 원칙"이라며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려면 설비를 풀가동하면서 원료는 적게 투입해야 하는데 시멘트를 쌓아둘 틈도 없이 소진될정도로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시멘트 업계 웃돈 요구에 대해서도 시멘트 협회는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레미콘 업체는 통상적으로 시멘트 구매시 거래 관계를 고려한 다양한 할인율 적용을 시멘트 업계에 요구하는데 최근 시멘트 물량 확보가 어려워진 레미콘 업체가 새로운 시멘트 업체와 추가 물량 공급을 위한 신규 거래를 요청하는 과정에 기존 거래처보다 불리한 조건(할인률 축소 등)으로 공급받는 것을 자발적으로 제안한 후 외부에는 시멘트업체로부터 '웃돈' 요구를 받았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현재의 수급 불안의 원인은 시멘트 생산량의 문제는 아니라고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시멘트 생산량 증가 한계 속 예고된 수요 증가
시멘트 생산량은 소폭 늘고 출하량으로 대변되는 수요는 그 보다 조금 늘었지만 수도권 건설 현장 중 절반 이상이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생산량보다는 분배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3월 이후 중대형 건설업체 수도권 현장 중 64%가 수급에 차질을 빚었지만, 주문량과 공급량을 비교해보면 주문량의 70% 넘는 물량이 현장에 공급됐다. 건설협회가 조사한 전국 154개 현장에서 주문한 레미콘량은 7만4941㎥인데 공급량은 5만3363㎥이다. 주문량의 71.2%다. 전체 현장의 주문량 중 70% 넘는 물량이 공급됐지만 어떤 현장에는 주문량 전부가, 어떤 현장에는 주문량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레미콘이 납품됐다.
시멘트 상당량은 수도권의 민간 정비사업 현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입주 일정 지연에 따른 지연배상금과 손해배상이 두려운 건설사와 조합이 레미콘 수급에 매달렸고, 공공 아파트 건설 현장 등에 들어갈 레미콘이 주요 민간 정비사업 현장으로 배치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예컨데 인천의 10개 공공 공사현장 10곳 중 8곳은 레미콘을 제때 공급받지 못했지만, 민간 현장 9곳은 모두 레미콘을 예정대로 공급 받았다. 일시적인 수급불균형 상황에서 레미콘 공급이 특정 현장으로 쏠리면서 나머지 다수 현장이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수급 불안 문제 해결이 단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가 생산설비 정비 일정을 연기해서 공급량을 확대한다고 해도 단 기간에 생산량을 급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생산된 시멘트를 원활하기 공급하기 위한 철도와 육상(BCT 차량) 여건 악화가 또 다른 수급불안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형 인명 피해로 강화된 콘크리트 강도 기준이 완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건설 성수기로 꼽히는 이달부터는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자명하다.
시멘트·레미콘 수급 불안 문제 해결을 위한 각 업계의 요구도 정부가 바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멘트 업계는 환경 규제 완화를,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수입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 건설 업계는 자재수급 불안으로 민간공사 중단·지연시 지체상금 부과 대상 제외 근거 마련, 공공공사 중단·지연시 공사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 조정 등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사실상 공공공사 계약금액 조정만 수용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 수급과 관련해 업계의 입장과 해법이 엇갈리고 있어서 국토부 등 정부가 개입해서 절충안을 마련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토부가 업계의 입장을 청취하고 있긴 하지만 직접 개입해 갈등을 조율하는데는 소극적인 태도여서 수급 불안 문제가 단기간 해결되기는 어려워보여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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