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탐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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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 자네가 클레이를 맡게"
스티브 커 감독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 몰랐고 그 말을 들은 스테판 커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2024 미국프로농구(NBA) 컵 대회 첫 경기가 막을 올렸다. 작년에는 '인 시즌 토너먼트'라 불렸던 이벤트로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일정 안에서 펼쳐지는 대회다. 올해는 대회 홍보가 무척 잘 됐다. 컵 대회 첫 날 마지막 경기가 전 세계 농구 팬이 기다려 온, 이번 시즌 최고의 빅 이벤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올해 4월까지 13시즌 동안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으로 스테판 커리와 함께 '스플래시 브라더스'로 활약했던 클레이 탐슨이 댈러스 매버릭스 유니폼을 입고 골든스테이트 농구단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 구단은 경기장을 찾은 1만8064명의 관중에게 모자 하나를 선물했다. '선장(캡틴) 클레이'라는 애칭이 붙은 모자인데, 탐슨이 2022년 우승 퍼레이드 때 착용한 모자와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팬들과 구단 관계자는 마치 함선의 선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제는 탐슨의 상징과도 같은 모자를 쓰고 그가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코트에 등장할 때까지 뜨거운 환영을 보냈다.
커리는 며칠 전 "(이적한 선수의) 홈커밍 이벤트는 자주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 탐슨의 홈커밍과 비교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골든스테이트 구단도 최선을 다했다. 원정팀 주전 선수인 탐슨을 소개할 차례에 맞춰 경기장 내 대형 스크린에 탐슨을 위해 헌정하는 특별 영상이 소개됐다. 드래프트된 순간부터 단일 쿼터 최다 득점, 전설의 2016년 서부컨퍼런스 결승 6차전, 29분을 뛰고 60득점을 퍼부은 인디애나 페이서스전 등 탐슨과 함께한 영광의 장면들이 체이스 센터를 감동에 빠뜨렸다.
상영이 끝난 뒤 탐슨의 이름이 호명됐고 탐슨은 어느 때보다 큰 환호와 응원을 받으며 코트에 등장했다. 그는 전 경기를 마치고 "워리어스전은 11월에 열리는 정규리그 한 경기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친정 팀 팬들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환대를 받는 순간의 표정은 잔뜩 상기돼 보였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흥미로운 매치업이 나왔다. 커리가 직접 탐슨의 수비수로 나선 것이다. 두 선수는 팀내 연습 때, 최다 득표자의 드래프트 방식으로 진행됐던 과거 올스타전 때 종종 매치업을 벌인 적이 있지만 NBA 정규리그 경기에서 직접 맞붙은 것은,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경기를 둘러싼 관심, 선수들의 에너지와 열정은 11월에 열리는 정규리그 중 한 경기 수준이 아니었다.
골든스테이트의 드레이먼드 그린은 경기 초반부터 플레이오프 수준의 수비력과 집중력을 발휘했다. 커리는 적극적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4쿼터 막판 보고도 믿기 힘든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리며 120-117 팀 승리를 이끌었다. 커리는 마지막 3점슛을 넣은 후 승리를 확신하는 '나잇 나잇'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TV 카메라 앞에서 어느 때보다 크게 포효했다. 커리가 그렇게까지 포효하는 장면은 정규리그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승부에 진심이었다. 그만큼 꼭 이기고 싶은 경기였나 보다. 커리는 당초 경기 전에 마이크를 잡을 예정이었다. 탐슨을 위한 헌정 영상이 상영된 후 코트에 나가 옛 동료를 환영하는 스피치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스피치는 취소됐다. 헌정 영상까지만 보고 이후부터는 승부에 집중하자고 경기 전날 두 선수가 합의한 것이다.
탐슨도 진심이었다. 3점슛을 6개나 터뜨렸다. 댈러스 이적 후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 탐슨이 간결한 움직임으로 첫 3점슛을 터뜨리자 수많은 워리어스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경기 막판 3점슛 세례를 퍼붓자 탐슨을 향한 반응이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골든스테이트의 홈 팬들도 승부에 몰입한 것이다.
탐슨은 분전했다. 3점슛 12개 중 6개를 성공하며 22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커리가 한수위였다. 커리는 3점슛 5개를 포함해 37득점 9어시스트 6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탐슨은 지난 시즌까지 커리가 폭발해 승리를 따내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경기를 그렇게 이겼다. 그때마다 커리와 탐슨은 함께 웃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웃을 수 없었다. 경기 후에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커리의 마지막 슛에 대해서는 짜증이 났다며 웃기도 했다. 서로 친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커리와 탐슨은 최근까지 NBA 최고의 백코트 듀오로 명성을 날렸다. NBA 역사에서도 손꼽힐만한 가드진이었다. 탐슨은 골든스테이트 구단 통산 최다 3점슛 부문에서 2위에 올라있다. 커리가 1위다. 그런데 탐슨은 NBA 전체 통산 최다 3점슛 부문에서는 6위에 올라있는 선수다. 둘이 함께 뛰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 시기가 있었다. 앞으로도 커리와 탐슨만큼 폭발적인 외곽포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백코트는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둘은 끊임없이, 서로의 팀 승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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