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맨 왼쪽) 국기 바로 오른편에 핀란드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4일(현지시각) 핀란드는 나토의 31번째 공식 회원국이 됐다. 이날 기념식을 취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취재진이 수백명 몰려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브뤼셀/노지원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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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3시30분, 벨기에 브뤼셀에 자리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 앞 광장에 유럽연합군최고사령부(SHAPE) 의장대가 연주하는 핀란드 국가가 울려 퍼졌다. 프랑스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원형으로 늘어선 나토 30개 회원국 국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하얀 바탕에 청색 십자가가 그려진 핀란드 국기는 에스토니아와 프랑스 사이의 봉을 타고 천천히 하늘로 올랐다.
나토 설립 74돌을 맞는 이날 북유럽의 오랜 중립국이던 핀란드가 31번째 정식 회원국이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같은 시각 헬싱키 의사당 광장에도 나토 깃발이 게양됐다. 국기 게양식이 이뤄지기 직전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교장관은 나토 결성의 근거가 되는 ‘북대서양조약’에 핀란드가 정식 가입한다는 증서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안보 환경에 여러 심오한 영향을 끼치게 될 핀란드의 나토 가입 절차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러시아와 무려 1340㎞의 국경선을 맞대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적대 관계로 변한 나토와 러시아의 관계를 돌아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러시아는 이제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코앞에 등장한 나토 회원국과 살을 맞대고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핀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석달가량 뒤인 지난해 5월18일 이웃 스웨덴과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나토의 현대 역사상 가장 빠르게 가입 절차가 진행됐다”며 가입 절차가 끝나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가입이 늦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의 연대는 강하고 끈끈해졌다. 지난 30년 이상 러시아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온 나토는 이제 러시아에 등을 돌렸다. 나토는 개전 4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새로운 ‘전략개념’을 발표하며, 러시아를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못박았다.
수십년 동안 국방 예산을 줄여왔던 독일 등 회원국들은 이제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나토 회원국의 목표는 이제 “상한선이 아니라 하한선”(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됐다. 실제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1년 동안 여러 군비 강화 계획을 쏟아냈다. 2014년 ‘국방비 지출 2%’ 목표를 달성했던 나라는 3개국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개국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더 많은 나라가 지출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합병(2014년) 이후 지난 8년 동안 늘어난 나토의 국방 지출은 총 3500억달러(약 459조원)에 이른다. 나토는 러시아와 직접 마주한 발트 3국 등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하고 연합 훈련을 가속화하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가 이 모든 변화를 불러왔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핀란드가 정식 회원국이 됨으로써 핀란드를 보호한다는 나토의 준비태세에 대해 러시아가 오판할 여지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우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며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예방하고 싶다고 주장한 것(나토의 확장)을 스스로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나토에 가입하고 싶다는 뜻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은 이날 브뤼셀까지 날아와 “우리가 동맹한테 받는 실질적 지원에 감사하지만, 유럽·대서양 지역 전략적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가입보다 더 좋은 전략적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브뤼셀/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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