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공공요금 불안 요인
4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달 1년 만에 가장 낮게 오르면서 점차 안정되던 물가가 복병을 만났다.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합의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석유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고물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월 4.8%·3월 4.2%, 물가 내려가지만
4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지난해 3월 4.1% 이후 1년 만에 최소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은 2월 4.8%에 이어 2개월 연속 4%대로 집계됐다.
주요 품목별로는 채소류 13.8%, 전기·수도·가스 28.4%, 외식 7.4% 등이 많이 올랐다. 채소류는 원가 상승으로 양파 60.1%, 풋고추 46.2%, 오이 31.5% 등이 크게 뛰었다. 1월 초 전기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수도·가스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1분기 내내 보이는 중이다. 공공요금·인건비·식자잿값 인상에 뒤따르는 외식 고물가 역시 꺾이지 않고 있다.
반면 석유류는 전년보다 14.2% 내려가면서 전체 물가를 0.76%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 하락폭은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컸다. 휘발유, 경유 평균 가격이 리터(L)당 2,200원까지 올랐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엔 1,500원대로 떨어지면서다.
물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2분기 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가 지난해 4월부터 크게 오르면서 발생한 기저효과가 2분기에 본격 작용해, 고물가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3%대에 근접한 3월 물가 상승률만 보면 정부 기대는 설득력이 있다.
2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OPEC+가 다음 달부터 원유 공급을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물가가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은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예고했다. 지난해 10월 합의한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과는 별개다.
전체 물가 웃도는 근원물가 4.8%
이 소식에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6.28% 오른 80.4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4월 12일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가격 상승폭이었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안정세에 기여하던 석유류의 역할을 축소할 전망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국제유가가 아직 낮아 전년 대비 석유류 가격이 상승하진 않아도 3월만큼 물가를 크게 내리긴 어려워서다.
3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4.8%로 전체 물가를 웃돌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과 원유 감산 결정 등 일시적 충격에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지표다. 근원물가가 높다는 건, 석유류 가격 상승 시 물가가 곧바로 뛸 수 있다는 뜻이다.
공공요금이 오를 가능성 역시 물가 불안 요인이다. 당정이 보류한 2분기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현실화하면 물가는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공공요금 인상 요인인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등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