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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대형 걸그룹이 점령한 가요계서 피어난···‘중소의 기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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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핫 100 진입 ‘피프티 피프티’ 등

중소 기획사 여성 아이돌 선전 이어져

‘틈새 공략’ ‘팬 투표로 만드는 유닛’ 등

주류와 차별화된 전략·아이디어로 승부

경향신문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에 성공한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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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곳이다. 데뷔 전부터 팬덤을 거느리는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과 ‘중소돌’(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의 출발선은 분명 다르다. 지난해 가요계를 점령한 3~4세대 걸그룹만 봐도 대다수가 하이브, SM 등 대형 기획사 소속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요계에서는 ‘중소 여돌(여성 아이돌)’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는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그룹이다. 새나, 시오, 아란, 키나로 구성된 4인조로 지난해 11월 미니앨범 <더 피프티>로 데뷔했다. 신생 기획사 어트랙트가 제작한 첫 그룹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피프티 피프티가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달 27일이었다. 지난 2월 발매한 싱글 <큐피드>가 미 빌보드 주요 차트인 ‘핫 100’에 100위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이 기록은 여러 이유에서 주목받았다. K팝 그룹으로는 가장 빠른 기간(데뷔 4개월)에 핫 100 차트에 진입한 데다 대형 소속사가 아닌 회사 출신으로 처음 달성한 성적이라는 점에서다. 종전 최단 기록은 데뷔 6개월 만인 지난 1월 싱글 <디토>로 핫 100에 진출한 뉴진스였다. 뉴진스는 국내 업계 1위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소속이다.

피프티 피프티가 중소 기획사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쇼트폼 플랫폼인 틱톡에서 ‘큐피드’의 스페드 업 버전이 각종 챌린지에 활용되면서 해외 팬들의 반응을 먼저 얻었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음원이 인기를 올렸고, 빌보드 핫 100에 진입했다.


☞ 원곡을 ‘빠르게’ 돌리면 뜬다?···‘스페드 업’이 뜬다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04041208001


이를 뒷받침한 것은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과 좋은 음악이다. 듣기 편안한 ‘이지 리스닝 팝’으로 일관성 있게 앨범을 구성한 기획력과 이를 소화한 멤버들의 매력적인 음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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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데뷔한 걸그룹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는 멜론의 대표 차트인 ‘탑 100’에서 30위권 대까지 진출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G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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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신인 하이키(서이·리이나·휘서·옐)는 피프티 피프티와 다른 양상으로 주목받은 사례다. 그랜드라인(GLG)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이 그룹은 지난해 1월 싱글 <애슬레틱 걸>로 데뷔했다.

이들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지난 2월 말 미니앨범 <로즈 블러썸>의 타이틀곡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건사피장)가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면서다. 멜론 톱 100 차트 19위, 벅스 일간 차트 1위 등 중소 기획사의 신인 그룹으로는 보기 드문 성적이었다.

하이키는 ‘건사피장’ 활동을 지난 2월 중순 마무리했지만 뒤늦게 입소문을 탔다. 그룹 러블리즈 출신 방송인 미주가 ‘가사가 좋다’며 추천한 것을 계기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 나갔다. ‘건사피장’은 차갑고 어렵게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품은 꿈과 희망을 장미에 비유한 곡이다. 가요계에서 시들지 않고 살아남아 장미처럼 피어나겠다는 하이키의 의지도 담고 있다. 중소 기획사 소속인 그룹의 상황, 오랜 기간 연습 끝에 데뷔한 멤버들의 사연이 이 가사와 겹쳐지며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아이돌 그룹으로는 드물게 밴드 사운드 기반의 음악을 내세우며 틈새 시장을 노렸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K팝이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면서 ‘중소돌’의 생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초반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일반적인 전속 계약 기간인 7년을 미처 채우지 못하고 해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경일수록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전략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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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데뷔한 트리플에스. ‘팬 참여형’ 걸그룹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모드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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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데뷔한 24인조 트리플에스는 ‘팬 참여형’ 걸그룹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팬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소속사가 다음 활동 곡을 미리 공개하면 팬들이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진행되는 투표를 통해 노래와 어울리는 멤버를 골라 유닛을 만든다. 지난해 7월 데뷔한 7인조 첫사랑(CSR)은 멤버 전원을 2005년생 동갑내기로 구성, ‘소녀’ 콘셉트를 내세웠다.

하이키 소속사 GLG의 진정균 이사는 작은 기획사일수록 차별화된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K팝 시장 확대로 대중의 취향 또는 다양성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며 “소규모 기획사일지라도 시대적 흐름을 파악해 이를 대중의 니즈에 맞게 해석하는 스킬이 중요해지고 있다. 주류를 어설프게 흉내 내기보다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콘셉트를 가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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