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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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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돌아온 여의도 '삭발 정치'… 총선 유권자 어필 노리지만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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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정훈(왼쪽),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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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삭발 정치'가 여야 강대강 대치 국면 속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양곡관리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기 위해 줄 지어 머리를 밀면서다. 강경투쟁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론 때문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삭발 투쟁이 2년 만에 등장했지만, 이전만큼 효과가 없다는 냉담한 시선에 직면해 있다.

가장 먼저 삭발을 시작한 의원은 윤재갑 민주당 의원으로, 지난달 30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하면서 머리를 밀었다. 이어 지난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신정훈·이원택 민주당 의원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삭발했다. 지난 2021년 경기 김포를 지역구로 둔 김주영·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의 GTX-D 노선 변경에 반대하며 삭발한 이후로 사라진 의원 삭발이 2년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여기에는 '삭발'이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강력한 대여투쟁 카드라는 점이 작용했다. 야당은 기자회견이나 장외집회 외에는 사용할 수 있는 투쟁 수단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이전부터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개인 또는 정당의 결기를 드러내는 차원에서 삭발을 많이 활용했다. 백 마디 규탄 구호보다도 삭발 사진 한 컷이 주는 여운을 노린 셈이다. 지난 2019년에는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여성 의원인 이언주 전 의원과 당시 황교안 대표가 삭발에 나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의원 삭발이 주는 울림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머리카락을 부모가 물려준 신체 일부로 귀하게 여기는 유교 문화가 많이 남아 있던 시대에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이다. 일반인도 사회관계망서비스나 유튜브 등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나 선명한 메시지로 금세 인플루언서로 등극하는 시대에는 구시대 유물 같은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자유한국당도 삭발, 단식 등 장외카드를 남발하면서 지난 총선에서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표심을 잡지 못하고 참패했다.

‘삭발’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들기 전 원내에서 충분하게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원내 1당이면서 원내 투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삭발한 것 아니냐"는 자성이 나올 정도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표현의 통로가 막혀있거나 뜻을 관철할 수단이 적을 때 삭발이나 단식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다수당에서 삭발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게 전달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삭발을 대여투쟁 목적보다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유권자 눈도장 받기' 차원으로 해석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삭발한 민주당 의원들 모두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강경 투쟁의 전면에 나설수록 당내 경선에서 더 많은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특히 전남 해남·완도·진도를 지역구로 둔 윤재갑 의원의 경우, 최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총선 출마지로 자신의 지역구가 거론되는 데 따른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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