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금투세 전철 밟을까
'우클릭' 이재명, 재계와 접촉 늘리는 중
상법 개정 추진하지만 실현 가능성 낮아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엔 '가상자산 과세 유예론'에 손을 들지 주목된다. 최근 중도·외연확장 행보에 집중하는 이 대표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는 가상자산 과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표하며 논의 여지를 열어놓은 상태다. 가상자산 과세는 애초 2023년부터 시행하려 했으나 여야 합의로 한차례 유예돼 2025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앞선 '금투세 폐지'로 이어지던 과정과 흡사하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금투세 유예론'을 언급했다. 이후 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첨예하게 갈라졌다. 토론회를 열었으나 결국 당론을 정하지 못했고 이 대표는 장고 끝에 금투세 폐지에 손을 들어줬다.
정부·여당이 압박하는 양상도 금투세 때와 유사한 구조다. 정부는 앞서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당초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해 2027년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청년들의 자산 형성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아야 한다"며 유예론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야당은 유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 한도를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리는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금투세 또한 과세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론'은 표심을 노린 중도·외연확장, 이른바 '우클릭'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재계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민주당의 경제 정책도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재계가 요구해 온 '기업인 배임죄 완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와 만난 자리에서는 주52시간제 완화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노동계와 재계의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법리스크를 한고비 넘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민생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도·외연확장을 방점으로 두고 재계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클릭'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금호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치고 식생활 교육실에서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이같은 시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금투세를 폐지하는 대신 상법 개정 추진에 나섰지만 상법 개정이 금투세보다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은 재벌개혁의 방안으로 오래전부터 거론된 주제지만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2년 18대 대선에서였다. 당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집중투표제 도입과 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19대 국회부터 법안이 발의돼 왔으나 논의조차 이뤄지기 쉽지 않았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꺼내 들자, 이번에도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 8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하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정부·여당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의 벽에 가로막힐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말을 바꿨다"고 비판하고는 있지만, 이들을 설득할 만한 마땅한 카드는 없어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상법 개정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시장에서 자본시장에서 경영지배권 남용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 주주 권익 보호하는 각종 입법을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 내에 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 정부 정책 부재, 불공정 시장, 경영지배권 남용, 한반도 평화 위기. 이 네 가지 원인 때문에 대한민국 주식시장 포함해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다"면서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이 거의 다 상법 개정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와서는 우리가 실제로 상법 개정 나서니까 다 반대한다고 돌아섰다"고 꼬집었다. 특히 "자본시장의 생명이 공정성. 예측 가능성, 합리성"이라며 "그런데 주가조작, 경영권·지배권 남용이 횡행한다. 처벌도 되지 않는다. 이런 불공정 불투명 불합리한 시장에 국제자본들이 투자할 리가 없다. 있는 투자자금도 빼간다"고 꼬집었다.
p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