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군인들이 지난해 5월4일(현지시간)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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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의회가 30일(현지시간)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비준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이상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온 핀란드가 서방 군사동맹의 일원이 됐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사에 따르면 튀르키예 의회는 이날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원 276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앞서 헝가리 의회가 지난 27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튀르키예 의회에서도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사실상 확정됐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30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비준안 가결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나토 가족 전체를 더 강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트위터에 “(튀르키예의) 신뢰와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강하고 능력 있는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8년부터 75년, 스웨덴은 1814년 이후 200년 넘게 비동맹 중립노선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지난해 5월 동시에 나토에 가입 신청을 했다.
애초 두 나라는 지난해 6월 말 이전에 회원국 동의 절차를 마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튀르키예의 어깃장이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튀르키예가 자국이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해 핀란드와 스웨덴이 관용적이라는 이유로 두 나라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튀르키예는 지난 1월 스웨덴 스톡홀름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덴마크 극우정당이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소각하는 시위를 벌이자 핀란드의 가입은 허용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힘의 균형은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됐다. 2000년대 들어 나토에 가입한 동유럽과 발칸반도의 소규모 국가들과 달리 핀란드는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측면에서 강국으로 평가된다. 핀란드는 전시에 병력을 최대 28만명 동원할 수 있으며 포격 능력은 서유럽 최강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와 무려 134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가 방어해야 할 국경도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핀란드는 1939년 11월 말 침공한 소련군에 맞서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 확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적·외교적 패배를 뜻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동진’을 전쟁을 개시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해왔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불안이 커진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오히려 나토의 확장을 자초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나토와 러시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군사·기술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핀란드와 달리 스웨덴은 헝가리와 튀르키예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헝가리는 지난 29일 스웨덴이 헝가리와 튀르키예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또한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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