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부터 신차 CO2 배출량 55% 감축해야…2035년부터는 아예 금지
독일 웃고 이탈리아 울고…합성연료 차량, 연료 식별 특별장치 탑재 필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고속도로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독일의 막판 제동으로 이례적 차질을 빚은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차 퇴출' 법안 시행이 마침내 확정됐다.
EU 27개국 각료급 이사회인 교통·통신·에너지이사회(이하 에너지이사회)는 28일(현지시간) 가중다수결제 표결을 거쳐 2035년부터 역내에서 판매되는 신규 승용차 및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규정(Regulation)을 최종 채택했다고 밝혔다.
새 규정에 따르면 2030∼2034년 EU 역내에서 판매되는 신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승용차는 55%, 승합차는 50%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2035년부터는 신규 승용차 및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아예 금지된다. 사실상 휘발유·디젤 등 기존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불가능해지므로 '내연기관차 퇴출법'으로도 불린다.
다만 EU는 합성연료를 주입하는 신차의 경우 2035년 이후에도 판매를 계속 허용하기로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가을께 보완 법안 격인 후속 위임법(delegated act)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이사회 최종 표결을 앞두고 합성연료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한 독일의 강력한 요구에 집행위가 마련한 일종의 절충안이다.
이번 규정 채택을 두고 EU 탄소 배출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내연기관차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한편으로는 합성연료차 판매 허용을 관철한 독일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통상 EU 새 입법안은 행정부인 집행위와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상 타결을 거쳐 최종 절차이자 통상 형식적 절차로 여겨지는 유럽의회, EU 이사회에서 각각 채택되면 시행이 확정된다.
당초 이번 규정도 3자 협상 타결 뒤 지난달 유럽의회에서 채택됐고, EU 이사회 표결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이 이례적으로 막판에 수정을 요구하면서 이사회 표결이 수주간 지연됐다.
회의 중인 EU 에너지장관들 |
이사회는 만장일치 가결이 어려운 법안에 대해서는 27개 회원국 중 55%에 해당하는 15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한 국가들의 전체 인구가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일 경우 표결 결과가 인정되는 '가중다수결제'로 법안 채택을 시도한다.
문제는 이번 규정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폴란드 등 다른 국가의 저항도 상당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EU에서 인구 비중이 가장 큰 독일이 공개적으로 비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최종 표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집행위가 한발 물러난 셈이다.
합성연료는 탄소 포집방식으로 합성된 연료와 신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등으로,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사인 포르셰, 페라리는 전기차 배터리로 인해 자동차 중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친환경 차량'의 대안으로 합성연료 차량 확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합성연료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한 것도 아직은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지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관련 기술 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배경에서다. 물론 환경단체는 합성연료 역시 결국엔 일정 부분 탄소 배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EU와 독일의 행보를 강력히 비판한다.
집행위가 독일에 약속한 관련 후속 법안에는 합성연료 차량의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를 위한 엄격한 요건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합성연료 차량의 경우 휘발유, 디젤 등 합성연료가 아닌 다른 연료를 주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 특별 장치가 탑재돼야 한다는 게 집행위의 구상이다.
이번 규정 채택 과정에서 독일은 끝내 웃은 반면 '바이오연료' 인정을 주장한 이탈리아의 요구는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탈리아는 유기체에서 얻는 기름 등을 활용해 만든 바이오연료 사용 신차에 대한 예외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EU는 바이오연료의 경우 태생 자체가 탄소 배출과 연관이 있는 동식물 산업과 직·간접적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추후에라도 포함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날 가중다수결제로 진행된 최종 표결에서도 이탈리아는 기권표를 행사했다. 불가리아·루마니아도 기권했으며, 폴란드는 반대표를 던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만 최종 채택된 EU 규정은 각 회원국의 별도 국내 입법 절차 없이 즉각 EU 전역에서 효력이 발생하는 형태의 법안이어서 반대·기권 국가들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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