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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란에 디지털 감시 기술 제공…드론 받고 히잡 반대 시위대 사찰 도구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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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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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란과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란에 디지털 감시 능력을 제공하면서 양국의 사이버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과 러시아의 사이버전 협력은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무인기(드론)와 단거리 미사일, 탱크, 포탄 등을 제공하면서 강화되고 있다. 이란은 무기 제공 대가로 러시아의 공격용 헬기, 전투기, 장거리 미사일과 함께 러시아의 사이버전 장비와 기술을 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는 자국 기술이 다크웹(추적이 불가능한 웹 영역)에서 거래될 것을 우려해 그간 이란에 디지털 공격 능력을 제공하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도청 장비, 첨단 사진 장비, 거짓말 탐지기뿐만 아니라 통신 감시 능력을 이란에 제공했다. WSJ는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반체제 인사들과 정적들의 전화기와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첨단 소프트웨어를 이란에 제공했다면서 이란과 군사협력을 고도화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단점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제공한 디지털 감시 기술은 지난해 이란에서 일어난 히잡 착용 반대 시위 당시 시위대를 사찰하고 시위를 방해하는 데 사용됐다. 이란 정부는 특정 지역에서 인터넷 트래픽의 속도를 떨어뜨려 시위 참가자들의 통신과 동영상 공유를 차단했고 디지털 감시 기술을 사용해 시위대를 추적·체포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비영리 연구기관 시티즌랩에 따르면 러시아 통신기술 기업 프로테이는 이란 이동통신사 아리안텔에 인터넷 사찰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시티즌랩은 보고서에서 프로테이가 제공한 도구들이 이란 당국이 이란의 모든 이동통신을 직접 감시하고 방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로테이는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전화, 이메일, 신용카드 거래 등을 감시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프로테이, 아리안텔과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WSJ의 관련 질문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의 사이버전 프로그램은 2009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들을 사찰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란의 사이버전 능력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등에 비해 한수 아래인 것으로 평가되나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한 단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민주주의방어 재단의 사이버정책 분석가인 애니 픽슬러는 WSJ에 “러시아의 우월한 능력을 고려할 때 (기술 제공을 통해) 이란의 사이버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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