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로 벌어진 韓美 금리차
환율·물가상승과 자금유출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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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겨우 진정된 물가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입 물가가 높아져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린 4.75~5.0%로 결정했다.
이날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3.50%)과 미국(4.75~5.00%)의 기준금리 격차는 1.25~1.50%p로 벌어졌다. 이는 2000년 10월(1.50%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통상적으로 한국의 금리는 세계 최대 선진국인 미국보다는 높아야 외국인 투자 자금을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문제는 연준이 금리 인상 브레이크를 밟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연준은 기준금리 전망(점도표)을 종전대로 5.1%로 유지해, 앞으로 0.25%p를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4월 한은이 다시 동결을 결정하더라도 연준이 점도표상 올해 전망치(5.00~5.25%)에 따라 5월 베이비스텝만 밟으면 미국(5.00~5.25%) 기준금리는 한국(3.50%)보다 1.75%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 폭으로서는 22년 새 최대 기록이다.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지난달 국제유가 및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수입 물가는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3년 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8.03으로 전월 대비 2.1% 올랐다.
수입 물가는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3월 소비자물가에서는 환율이 큰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4.8%로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앉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간을 벌었지만 결국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앞으로의 물가나 환율, 외국인 자금 유출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이번엔 동결을 하지만 '최종 금리 3.75%'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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