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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800m 상공서 모의 탄두 폭발… 北 전술핵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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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23 원형 핵탄두는 직경 90㎝

과거 공개된 원형·호리병형보다 커

전술핵탄두 설계·제작은 가능해도

北 장담 ‘기술적 신뢰성’은 검증 안 돼

북한이 20일 전날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관련해 “기폭 장치를 달아 공중 폭발시켰다”는 주장을 폈다. 핵탄두를 실어 나르는 것은 물론 원하는 시점에 폭발시키는 장치까지 결합함으로써 핵무기의 실전 배치에 한 단계 더 다가섰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전쟁 억제력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거론하고 나섰다.

세계일보

‘V자 화염’ 뿜는 北 미사일 북한이 지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전술탄도미사일 KN-23(일명 ‘북한판 이스칸데르’)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그간 탄도미사일을 쏠 때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지상 혹은 땅속에서 바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독특하다. 이를 두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 플랫폼의 다변화·다양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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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핵 반격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전술핵 공격 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는 종합전술 훈련이 3월18일과 19일에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적 주요 대상에 대한 핵 타격을 모의한 발사 훈련”이라며 “미사일에는 핵전투부(핵탄두)를 모의한 시험용 전투부를 장착”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800㎞ 사거리에 설정된 동해상 목표 상공 800m에서 공중 폭발함으로써 핵전투부에 조립되는 핵폭발 조종 장치들과 기폭 장치들의 동작 믿음성이 다시 한 번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실전 핵무기는 핵물질, 기폭 장치, 투발(운반) 수단 3대 요소로 구성된다. 올해 들어 진행된 미사일 도발은 핵탄두를 실어 나를 투발 수단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번엔 ‘모의’ 핵탄두에다 실제와 같이 기폭 장치를 달아 발사했다는 것이다. 통신에 따르면 훈련을 직접 지도한 김 위원장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만을 가지고서는 전쟁을 억제할 수 없다”며 “실제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 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 공격 태세를 완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가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도래한다면 주저 없이 중대한 사명(선제공격)을 결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통신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사진을 보면 화염과 연기가 그간 볼 수 없었던 V자 모양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간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주로 이용한 북한이 사일로(지하격납고) 형태의 발사대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이 과장됐다면서도 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과 한·미의 현재 접근법이 바뀌지 않고, 연중 무휴의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일정을 고려하면 우발적 충돌 우려는 올 한 해 내내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사일 훈련 성공을 기반으로 4월 중 태평양으로 사거리를 축약한 정상 각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예상된다”며 “지상 500∼1000m 상공에서 대규모 폭발력 보여주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대남 핵공격 능력 과시… SRBM 핵탄두 보유는 불명확

북한이 20일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가상의 전술핵을 공중에서 터뜨리는 종합전술훈련을 실시했다”고 발표한 것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연습에 맞서 핵 반격 능력을 부각하는 한편 전술핵의 실질적 위력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의 주장이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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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옆 의문의 모자이크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19일 딸 김주애와 함께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 혼자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쓴 남성(붉은 원)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점이 눈길을 끈다. 통일부가 “누구인지 식별이 안 된다”고 밝힌 가운데 전술핵 운용 부대의 지휘관일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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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술핵 실제로 만들었나

북한은 가상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 800m 상공에서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2016년 3월 원형 핵탄두와 2017년 9월 호리병 모양의 핵탄두를 선보인 바 있다. KN-23의 원형인 러시아산 이스칸데르 SRBM의 직경은 최대 90㎝다. 군 당국은 북한이 과거 공개한 핵탄두 크기를 60∼80㎝로 추정한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KN-23 탑재 가능성이 있다.

미사일을 공중폭발시키는 기술은 난도가 높지 않아 북한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800m 상공에서의 핵탄두 폭발은 서울 등 대도시를 공격하는 데 적합하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은 570m 상공에서 폭발, 7만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800m 공중폭발을 시험한 것은 파괴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지상폭발은 지하 군사시설 등 강화된 군사 표적을 파괴하는 데 쓰이는 반면 공중폭발은 피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며, 특히 건물이 많은 도심에 적절한 공격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전술핵이 실제 상황에서도 정확히 작동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앞선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고, 6차 핵실험 이후 6년간 기술 개발을 지속했다. 이를 통해 소형화한 전술핵탄두 설계·제작은 가능하겠지만, 기술적 신뢰성은 새로운 핵실험을 통해서만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기존에 선보였던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에 각각 최적화한 전술핵탄두를 만들었는지도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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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날 공개한 종합전술훈련 사진을 보면 발사된 미사일 화염이 브이(V)자 형태로 나타나고 이동식발사차량(TEL)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TEL이나 열차에서 쏘던 KN-23의 발사 방식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사일이 내뿜는 화염 형태가 사일로(지하격납고)에서 쏜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발사 장소가 낮은 야산이고 인근에서 대규모 공사를 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회의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사일로에서 (SRBM을) 쏠 수 있지만, 북한 입장에선 얻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험발사용으로 지하에 구덩이를 파서 간이시설을 만든 뒤 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핵 앞세워 무력시위·연합훈련 대응

북한의 이번 전술핵 종합전술훈련은 지난해 9월25일∼10월9일 이뤄진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군사훈련보다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핵 공격을 위한 준비태세 점검과 핵 공격 절차 훈련을 실시하면서 실제 SRBM을 발사, 유사시 핵무기 사용을 위한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하드웨어(미사일)를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나리오대로 연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태세가 단순한 과시나 무력시위 차원을 넘어서 현실적 수준의 위협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제난 속에서도 한·미 연합훈련에 맞서기 위해 핵무력을 앞세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주요 과제인 농업 문제와 건설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많은 인력과 건설장비, 식량, 연료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차·장갑차·방사포 등 중화기와 병력을 대거 동원해 한·미 연합훈련에 ‘맞불’을 놓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비대칭 전력인 미사일과 핵전력을 동원해 대응하면, 소규모 병력과 장비만으로도 충분한 대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을 ‘과장’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대비태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사실관계와 약간 다른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다”며 “자신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내부적으로는 핵능력을 강화하는 이중적 태세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차관은 “북한이 과장을 섞는다 해도 거기까지도 충분히 대비해야 하므로 한국형 3축체계 조기 구축, 한·미 연합연습 등을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예진·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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