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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방시혁 “K팝 성장 둔화, 위기 시작...BTS 돌아와도 해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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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 실패 후 첫 공식 강연 “위기감 갖고 대안 찾아야”

“K팝의 자랑스러운 성취에 만족하기보단 오히려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15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관훈포럼 강연자로 나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가장 강조한 건 바로 ‘K팝 위기론’이었다. 최근 하이브의 SM 인수 시도 실패 후 그가 가장 처음 나선 공식 석상이었다.

세계 최고의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음반 기획사 수장은 왜 위기를 느꼈을까. 방 의장은 “K팝 성장지표 둔화가 명확하다”고 했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작년 대비 28% 감소한 인도네시아 스포티파이 내 K팝 점유율 등 동남아에서의 K팝 역성장 현상, 2021년 대비 53% 감소한 K팝의 빌보드 핫100 차트 입성 횟수, 2020년부터 감소세인 K팝 음반 수출 성장률 등을 근거로 들었다.

‘BTS의 팀활동 중단으로 인한 K팝 낙수효과의 부재’도 함께 거론됐다. 그는 “BTS란 IP(지식재산권)의 낙수효과가 국내에서 아는 것과 많이 다르다”며 “이들을 빼면 (K팝 전체의 진출) 시장이 좁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BTS가 내일 당장 (팀 활동에) 복귀하면 이 위기가 끝날까? 아니다”라며 “이미 위기의 경향성이 시작됐고 BTS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콩 영화의 뉴웨이브, 슬램덩크 인기 등이 ‘추억’으로 남은 것”이 K팝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방 의장은 그 대안으로 하이브가 ‘멀티레이블 체제 도입’ ‘팬 플랫폼 위버스 확장’ 등을 시도 중이며, “K팝 기업들이 세계 주류 시장에서 덩치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메이저 음반·유통 3사(유니버설·소니·워너뮤직)를 ‘골리앗’, 하이브와 국내 주요 K팝 회사를 ‘다윗’으로 부르기도 했다. “세계 음반 시장 전체 매출 점유율이 3사는 합치면 67.4%에 달하지만 국내 주요 K팝 회사들은 아직 2% 미만”이란 것이다. “K팝이 현재 매우 인기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시장 내) 유통 요율 협상력이 현지 레이블에 비해 매우 낮은 게 현실”이라며 “국내에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어도, 걸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덩치 확장은)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개념”이라며 “K팝 1위 레이블을 가진 하이브가 컨트리, 팝, 힙합 등 여러 장르별 정점을 찍은 레이블을 인수해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라틴·미국 시장의 핫한 레이블 한두개를 (인수하려)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K팝을 (특정) ‘장르’라 보기 어렵다”며 ‘K’란 정체성을 고수하는 게 지금의 (K팝) 성장 둔화나 위기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해외 여론조사 등에서 ‘K팝이 뭐냐’는 질문에 많은 이가 ‘한국’이라 답한다”며 “해외 장르 레이블과의 협업, 더 나아가 외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K팝 그룹이 나올) 정도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그게 오히려 ‘K’란 글자를 통한 문화 수출과 다양한 경제적 성장을 더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SM 인수 포기에 대해선 “끝났으니 속 시원히 털어놓겠다”며 “인수(결과)를 승패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와 우리 미래에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관한 합의를 끌어내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는 결과”란 것이다. 다만 “시장 과열, 생각 이상으로 치열한 인수전은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또한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이 괴로운 상황이 맞는가란 고민에 슬펐고 밤잠을 설쳤다”며 “그분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도리”라고 했다.

인수 중단 과정에서의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의 반응도 거론했다. “(이수만씨에겐) 중간에는 말씀드릴 수 없었고, 대신 끝나고 소상히 설명 드렸다”며 “(이수만씨가)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 정도 말씀한 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어 “(실제) 실망하셨는지 이젠 알 수 없지만 사실 저처럼 한참 후배 앞에 ‘너무 실망스럽다’ 이렇게 얘기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방 의장은 이 전 총괄의 ‘나무 심기 K팝 페스티벌’ 프로젝트에 하이브가 10년간 100억원을 지원하는 걸로 알려진 계약에 대해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개인(이수만)이 아닌 적당한 재단을 찾아오면 지원하기로 한 거고, 하이브도 원래 나무 심기를 지난해부터 계획했었다”며 “이수만씨가 내가 (활동을) 하려면 얼마나 하겠냐. 좋은 일 하고 싶은데 나무 심기 하는 걸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전 총괄과 하이브 간의) 조항이 전부 다 무조건적인 이행을 전제로 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방 의장은 하이브가 보유 중인 약 15.8% SM 지분의 향배와 카카오와의 구체적인 플랫폼 협력 범위에 대해선 “빠른 시일 내 보고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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