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3일로 즉위 1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지난 2월 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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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부패 뿐 아니라 마음의 부패도 문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3년 3월 13일 즉위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교황은 1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와 남미의 매체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가지면서 이 시대의 화두(話頭)를 던지고 있습니다. ‘마음의 부패’뿐 아니라 “무관심의 세계화를 극복해야 한다”고도 했지요. 즉위 당시 최초의 남미 출신(교황의 부모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아르헨티나로 이민했습니다), 예수회 출신의 첫 교황 등으로 큰 관심을 모았지요. 무엇보다 웃을 때면 ‘이중턱’이 보일 정도로 온화한 인상과 어려운 이들을 향해 다가서는 행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방한으로 우리 국민들에게도 익숙하지요.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10년을 돌아볼까 합니다.
시사주간지 '타임' 201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프란치스코 교황. |
◇'수퍼스타 교황’
교황은 즉위 직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3년 ‘올해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정했습니다. 당시 선정 이유로 “’빈자(貧者)의 성자’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선택한 데서 보듯이 겸손한 자세로 ‘치유의 교회’ 실현에 앞장서면서 변화의 물결에도 동참해 새로운 천주교 수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지요. 즉위 직후 한편에서는 ‘수퍼스타’로 칭송받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고 해서 ‘마르크스주의자’ ‘붉은 교황’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여러 면에서 전통적인 교황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교황을 위해 마련된 숙소를 쓰지 않고 방문객들이 묵는 숙소에서 지금도 생활하고 있지요. 겸손하고 소탈합니다. 한국 방문 때에도 “가장 작은 자동차를 타고 싶다”고 밝혀 한동안 “교황이 경차를 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지요. 취임 후 첫 미사에 바티칸 청소부를 초대하고, 부활절에는 무슬림 여성의 발을 씻겨 주기도 했습니다. 미사 중에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연단 위를 뛰어다녀도 미소만 짓고 말리지 않았습니다. 취임 후 첫 방문지는 북아프리카 불법이민자들이 유럽으로 밀항하다가 무수히 익사한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이었습니다. 람페두사를 방문했을 때에도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했습니다.
쉬운 표현은 그의 강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과 연설을 번역해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 등의 책을 펴낸 진슬기 신부는 “교황님의 언어는 이탈리아에서는 초등학생 수준이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하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작은 차를 타겠다"고 원해 '쏘울'을 이용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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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파문” 선언
마피아를 겁내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2014년 6월 국제적 마피아 조직 ‘은드란게타’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남부 도시를 방문해서 마피아에 대해 ‘파문’을 선언하기도 했지요. “악을 숭배하고 공동의 이익을 경시하고 있다”며 “마피아 단원들처럼 악의 길을 선택하고 신과 교감하지 않는 자들은 파문됐다”고 했지요. 당시 교황의 발언은 1993년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이 시칠리아 마피아를 비판한 이후 가장 수위가 높았다고 하지요. 이에 앞서 교황 취임 후에는 마피아와 연계설이 끊이지 않았던 바티칸의 재정 조직을 혁신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취임 직후부터 마피아에 의한 암살기도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22년 캐나다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원주민 부족장에게 선물 받은 머리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다. 교황은 캐다나 방문에서 과거 교회가 선교 명목으로 원주민 아이들을 학대한 것을 사과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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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아끼지 않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과를 많이 했습니다. 작년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에는 19세기 초중반 가톨릭 기숙학교들이 원주민 아동들을 학대한 것을 사과했습니다. 그 이전에도 사제들의 성추문·성학대, 남미 식민지 전쟁 중 원주민에 저지른 범죄도 사과했습니다. 심지어 잠시 ‘버럭’했던 일도 사과했습니다. 2020년 새해를 몇 시간 앞두고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미사에서 한 신자가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자 화가 난 표정으로 신자의 팔을 내리친 모습이 동영상으로 퍼진 적이 있지요. 교황은 이튿날 사과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자주 인내심을 잃는다. 나도 그렇다”라고 했지요.
◇인사 개혁
가톨릭계에서는 ‘추기경좌(座)’라는 말이 있습니다. 관례적으로 교구장이 추기경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은 교구를 일컫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파리대교구나 밀라노대교구가 일반적으로 추기경좌로 불립니다. 일종의 기득권으로 볼 수 있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런 관행을 반드시 따르지는 않습니다. 새로 추기경을 임명할 때 과거엔 추기경이 배출되지 않은 교구의 교구장이나 가톨릭 교세가 강하지 않은 나라의 성직자를 발탁하곤 합니다. 일종의 ‘물갈이 인사’인 셈입니다. 교황청 장관 인선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대전교구장이었던 유흥식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바로 대주교로 승품하고 이듬해 추기경으로 서품한 것도 교황의 인사 개혁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주요 교리와 전통엔 보수적
가톨릭에서는 오래된 논쟁 주제들이 있습니다. 사제의 결혼, 여성 사제 허용, 동성애, 낙태 등의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이 같은 주제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까지는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엔 사제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남미 아마존 지역에 한해 부족장(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허용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때에도 교황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기존 전통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어떻게 누구를 정죄하느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전향적 태도를 취하지만 동성 결합이나 결혼을 허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교황청과 가톨릭 조직 내에 전문직 여성을 적극적으로 등용하고 있지만 여성의 사제 허용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습니다.
2016년 6월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바티칸에서 만나 인사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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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은퇴?
1936년 12월 17일생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만 86세입니다. 이제 교황은 주로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할 정도로 건강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처럼 생전에 은퇴할 것이란 관측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초에는 취임 당시 이미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이란 전제로 사임서를 써서 맡겨두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콩고민주공화국 방문 때 예수회 회원들과 대화에서는 “역사적 전통도 중요하다”며 “교황직은 죽을 때까지 하는 종신의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지요. 그는 즉위 1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교황직을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교황이 되기 전 교황의 일을 배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지요.
전세계적으로 종교가 쇠퇴하는 가운데 교황에 즉위해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자신의 교황직 10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주님이 가르친 대로 자비를 실천했는지, 언젠가 주님께서 직접 심판하실 것”이라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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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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