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당선 이후 첫 최고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30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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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최고위원은 12일 전광훈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5ㆍ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문제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5ㆍ18정신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헌법에 5ㆍ18정신을 넣는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라고 말하자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라며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전복하려는 ‘역사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와 윤석열 정부 책임자들은 앞다퉈 5·18 정신을 폄훼하고 역사 왜곡에 앞장선다. 윤 대통령 공약을 폄훼하고 조롱한 김 최고위원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사퇴를 요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오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기현호가 출범과 동시에 극우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묻는다. 5ㆍ18정신을 헌법에 담겠다던 약속이 립서비스였나”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다”는 입장을 내며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모든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5·18 정신의 헌법 전문 게재에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역사관을 둘러싼 여권의 우클릭 행보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태영호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ㆍ3사건을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당시 제주 4ㆍ3평화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4ㆍ3사건은 명백히 김씨(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김광동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도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5ㆍ18 북한 개입 가능성’을 재차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북한이 광주 민주화운동에 개입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며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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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권 인사들의 발언 논란을 사이비 종교인 JMS(기독교복음선교회)에 빗댔다. 박 의원은 “5ㆍ18 북한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헌법 전문에 그 정신을 수록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으니, 이런 정치가 신앙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거짓말도 할 수 있다는 JMS의 ‘모사’와 뭐가 다른가”라며 “집권세력의 사이비 역사관”이라고 주장했다. 신동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아스팔트 극우 우파와 단절할 수 없음을 확연히 드러낸 것”이라며 “망언 본색”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 같은 여당 지도부의 ‘우클릭’이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의 호재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의 발언 강도가 세질수록 “민주당으로선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찬스”라는 해석이다. 당 지도부는 각 지역을 방문하는 ‘국민보고대회’를 4ㆍ3에 맞춰 제주에서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주 지역 민주당 의원은 “극우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태 최고위원과 전광훈 목사에게 도움을 받은 김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지도부에 있으니, 비슷한 문제가 계속 불거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남 지역의 한 의원은 “저런 발언이 반복되면 상식적인 국민은 점점 여당에 대한 기대를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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