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경기 화성시 비봉면 한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매몰돼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는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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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저녁 6시 45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디맷) 의료진 4명은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IC) 근처에서 버스 5중 추돌 사고가 났다”는 소방 당국의 지원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잘못된 주소가 공유된 바람에 구급차는 30분 동안 엉뚱한 장소를 헤맸다. 소방 현장지휘소에 재난안전통신망(PS-LTE) 무전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디맷 의료진은 소방·의료 당국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질문을 띄우고서야 정확한 위치를 받았지만 환자 24명은 모두 병원 이송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결국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중도 철수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재난응급의료체계 허점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현장에서 반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의료진과 소방당국은 연락이 끊겼고, 경찰의 부실 통제로 의료진이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여전했다.
12일 <한겨레>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2022년 11월∼2023년 1월 디맷 활동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이 기간 출동한 17개 디맷 중 6곳은 소방·경찰 등 재난 관련 기관들과 통신이 어렵다는 점을 ‘개선 필요 및 건의사항’으로 보고했다. 소방 등과 통일된 연락 수단이 없어 긴급구조통제단장(소방서장)의 지시나 재난현장 위치를 전달받기 힘들다는 지적이었다. 응급실에 근무 중인 의사·간호사 등 4명 이상이 한 팀으로 구성되는 디맷은 소방당국 등의 요청으로 출동해 재난현장에서 환자 응급처치와 중증도 분류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에 따라 재난현장에 출동한 지 1주일 이내에 환자 처치·재난의료 체계에 대한 건의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제출해야 한다.
디맷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소방·의료당국, 지방자치단체 간 원활한 연락을 위해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여전히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및 그 이후 발생한 재난현장에서도 ‘모바일 상황실’이라 불리는 카카오톡 대화방이 국가통신망 대신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열차 탈선 사고에 출동한 고려대구로병원은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가지고 출동했으나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같은 달 4일 서울 동대문구 주택가에 출동한 고려대안암병원 역시 “보건소 신속대응반과 모바일상황실에서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는 데 제한이 있었다. 정리되지 않거나 너무 많은 내용이 올라오기 때문에, 바쁜 현장에서 체계적·종합적 이해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상자 상태에 따른 중증도 분류, 응급·이송조치 등 구조현장을 지휘하는 ‘현장응급의료소’가 부적절한 위치에 설치되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행정안전부령 ‘긴급구조대응활동 및 현장지휘에 관한 규칙’은 통제단장이 구급차 접근이 용이하고 안전한 장소에 응급의료소를 설치하고, 응급의료소장을 맡는 관할 보건소장이 도착하기 전에는 임시의료소를 둘 수 있게끔 했다. 지난해 11월 30일 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한 매몰 사고의 경우 1시간 30분 동안 응급의료소나 임시의료소가 세워지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나간 아주대병원 디맷은 “임시의료소가 부재했다.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매몰 지점까지 의료진이 (구조대와) 동행해야 했다”고 썼다.
재난현장의 인파 관리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 응급의료소에 행인이 드나들어도 통제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9일 강원 평창군 스키장의 리프트 멈춤 사고에 출동한 강릉아산병원은 “환자와 주변인들에 대한 통제가 없다”며 “경찰이 (재난 상황에서) 역할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었다. 실효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각 기관이 세운 재난 대응 지침이 서로 달라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행안부 소관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관련 기관들이 재난안전통신망을 이용해 재난을 관리하도록 규정했지만, 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은 이 통신망 외에 모바일상황실·휴대전화 등을 이용하게 하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 교수(경찰소방행정학)는 “기관별 지침이 일치하지 않으면 현장 책임자의 재량만 커져 재난 상황의 통신이나 지휘가 어려워진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기관들이 제각기 자체 매뉴얼을 개정하고 있는데, 재난 대응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이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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