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석(27) cu중화역점주가 7일 자신의 점포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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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6월 서울 중랑구 CU중화역점 점주가 된 송유석(27)씨는 종종 아르바이트생으로 오해를 받는다. 송씨는 “판매 업체 영업사원들로부터 ‘사장님 어디 계시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2. 강모(여·28)씨는 6개월 전부터 서울 강남에서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강씨는 “손님들이 처음엔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제 얼굴을 보고는 ‘아줌마가 아니네’라며 웃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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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20대 편의점주 4년 만에 4배로
편의점 창업이나 식품·화장품 방문판매에 뛰어드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직장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식 실용주의로도 해석된다.
7일 편의점 CU가 신규 가맹점주의 연령대를 분석했더니 지난해 기준 20대 비중은 16.2%로 나타났다. 2018년 3.7%에서 7.4%(2020)→10.3%(2021년)로 최근 4년 새 4배로 급증했다. 30대도 16.6%로 집계돼 20·30세대 ‘편의점 사장님’ 비중이 3할(32%)을 넘었다. 여전히 40·50대 중장년층(각각 27.2%, 29.7%)이 많기는 하지만, 편의점 하면 으레 ‘50대가 퇴직금으로 창업한다’는 통념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경쟁 업체인 GS25에서도 전체 점주 중 20대 비율은 지난해 기준 14.2%였다. 2019년 11.6%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30대(25.1%)는 50대(22.2%)보다 많았다.
화장품 방문판매원도 증가세
hy의 방문판매원인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하는 MZ세대도 늘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전체 1만1000여 명의 프레시 매니저 중 20·30대는 850명(8%)이다. 기혼의 40·50대 여성이 많아 ‘야쿠르트 아줌마’로 익숙했지만, 요즘은 ‘야쿠르트 언니’도 꽤 생긴 셈이다.
MZ세대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늘고 있다. 사진 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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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중장년층 여성이 많았던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방문판매원) 중에서도 20·30세대 비율이 느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전체 카운셀러 중 20·30대는 4%였다. 하지만 최근 6개월 새 새로 유입된 카운셀러 중 20·30대는 16% 정도로 크게 늘었다.
노점상 풍경도 달라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붕어빵‧호떡 판매 종사자 등이 포함된 통신 및 방문‧노점판매 30대 종사자는 13만3000명(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과거 중장년층이 주로 종사하던 업종에 MZ세대들이 급증한 이유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업 문이 더 좁아진 데다, 청년들의 직업관이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조건 회사에 취업해 고정된 월급을 받기보다 자신이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송유석씨도 한 때는 회사원이었다. 송씨는 “직장을 6개월 다니다 그만뒀다”며 “회사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회사 미래도 불투명하지 않나.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편의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8시반부터 오후 11시반까지 하루 15시간 근무한다. 힘들 법도 하지만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송유석(27) cu중화역점주가 7일 자신의 점포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30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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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28) 프레시 매니저도 “시간을 뜻대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가수 지망생인 강씨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일하고 이후엔 노래 연습에 매진한다. 또 다른 30대 프레시 매니저인 홍서영(35·여)씨도 “식당을 운영하다 2020년 프레시 매니저를 시작했다”며 “하루 4~5시간 일하고 다른 알바를 하거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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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새로운 트렌드·판촉에 적극적”
기업들도 이런 MZ세대의 진출을 긍정적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새로운 트렌드에도 관심이 높고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온라인 집객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등 판촉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구직이 그만큼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취업자는 전년보다 81만6000명이 늘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인 45만2000명이 60세 이상에서 늘었다. 20·30대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고령층에 비해 청년의 취업 문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도 1년 이내 창업을 희망한다는 응답자(15만3000명) 중 11.3%가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를 꼽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고 대기업이 채용을 축소하는 와중에 젊은 세대가 소자본 창업이나 다른 길 등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성세대보다 보다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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