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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야쿠르트 아줌마…어라 아줌마 아니네?" 야쿠르트 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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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송유석(27) cu중화역점주가 7일 자신의 점포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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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6월 서울 중랑구 CU중화역점 점주가 된 송유석(27)씨는 종종 아르바이트생으로 오해를 받는다. 송씨는 “판매 업체 영업사원들로부터 ‘사장님 어디 계시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2. 강모(여·28)씨는 6개월 전부터 서울 강남에서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강씨는 “손님들이 처음엔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제 얼굴을 보고는 ‘아줌마가 아니네’라며 웃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 20대 편의점주 4년 만에 4배로



편의점 창업이나 식품·화장품 방문판매에 뛰어드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직장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식 실용주의로도 해석된다.

7일 편의점 CU가 신규 가맹점주의 연령대를 분석했더니 지난해 기준 20대 비중은 16.2%로 나타났다. 2018년 3.7%에서 7.4%(2020)→10.3%(2021년)로 최근 4년 새 4배로 급증했다. 30대도 16.6%로 집계돼 20·30세대 ‘편의점 사장님’ 비중이 3할(32%)을 넘었다. 여전히 40·50대 중장년층(각각 27.2%, 29.7%)이 많기는 하지만, 편의점 하면 으레 ‘50대가 퇴직금으로 창업한다’는 통념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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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쟁 업체인 GS25에서도 전체 점주 중 20대 비율은 지난해 기준 14.2%였다. 2019년 11.6%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30대(25.1%)는 50대(22.2%)보다 많았다.

화장품 방문판매원도 증가세

hy의 방문판매원인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하는 MZ세대도 늘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전체 1만1000여 명의 프레시 매니저 중 20·30대는 850명(8%)이다. 기혼의 40·50대 여성이 많아 ‘야쿠르트 아줌마’로 익숙했지만, 요즘은 ‘야쿠르트 언니’도 꽤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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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늘고 있다. 사진 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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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중장년층 여성이 많았던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방문판매원) 중에서도 20·30세대 비율이 느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전체 카운셀러 중 20·30대는 4%였다. 하지만 최근 6개월 새 새로 유입된 카운셀러 중 20·30대는 16% 정도로 크게 늘었다.

노점상 풍경도 달라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붕어빵‧호떡 판매 종사자 등이 포함된 통신 및 방문‧노점판매 30대 종사자는 13만3000명(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과거 중장년층이 주로 종사하던 업종에 MZ세대들이 급증한 이유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업 문이 더 좁아진 데다, 청년들의 직업관이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조건 회사에 취업해 고정된 월급을 받기보다 자신이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송유석씨도 한 때는 회사원이었다. 송씨는 “직장을 6개월 다니다 그만뒀다”며 “회사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회사 미래도 불투명하지 않나.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편의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8시반부터 오후 11시반까지 하루 15시간 근무한다. 힘들 법도 하지만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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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석(27) cu중화역점주가 7일 자신의 점포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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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28) 프레시 매니저도 “시간을 뜻대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가수 지망생인 강씨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일하고 이후엔 노래 연습에 매진한다. 또 다른 30대 프레시 매니저인 홍서영(35·여)씨도 “식당을 운영하다 2020년 프레시 매니저를 시작했다”며 “하루 4~5시간 일하고 다른 알바를 하거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MZ세대 새로운 트렌드·판촉에 적극적”



기업들도 이런 MZ세대의 진출을 긍정적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새로운 트렌드에도 관심이 높고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온라인 집객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등 판촉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구직이 그만큼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취업자는 전년보다 81만6000명이 늘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인 45만2000명이 60세 이상에서 늘었다. 20·30대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고령층에 비해 청년의 취업 문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도 1년 이내 창업을 희망한다는 응답자(15만3000명) 중 11.3%가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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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고 대기업이 채용을 축소하는 와중에 젊은 세대가 소자본 창업이나 다른 길 등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성세대보다 보다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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