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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강동구 주민들, 동 주민센터에서 운동하니 ‘건강 수치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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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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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는 2008년 동 주민센터 속 작은 보건소 ‘건강100세상담센터’를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주민들이 집 가까운 동 주민센터에서 건강을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추진한 특화사업이다. 천호1동을 시작으로 2013년 고덕1동에도 들어서면서 보건(지)소가 있는 동을 뺀 모든 동에서 운영한다. 상주 간호사가 20살 이상 주민의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를 하고, 주민들은 건강동아리를 꾸려 이웃과 함께 건강관리를 생활화하고 있다. 사진은 고덕1동 건강동아리 회원 20여 명이 2월17일 동 주민센터 4층 다목적실에 모여 운동하는 모습이다. 순회 방문한 강동구보건소의 운동처방사 용민주씨가 회원들의 동작과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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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2008년부터 동 주민센터마다 ‘건강100세상담센터’ 설치 운영

상주 간호사가 만성질환 예방·관리하고 건강동아리 활동도 지원


“전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이젠 매일 2~3시간 거뜬히 걸어요.”

김영숙(69)씨가 고덕1동 ‘건강100세상담센터’를 찾은 뒤 생긴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강동구에서 42년째 산다. 몇 년 전 어깨와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집에서 텔레비전을 멍하게 보며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살은 점점 더 찌고 지방은 늘고 근육량은 줄어들었다. 키 150㎝에 몸무게는 70㎏을 넘어섰다. 우울감도 찾아왔다. 가정생활도 위태로워졌다.

지난해 7월 남편이 동 주민센터에 있는 건강100세상담센터에 가보자고 권했다. 남편은 암 치료 과정에서 센터를 이용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김씨는 마지못해 남편 손에 이끌려 집에서 10분 거리의 동 주민센터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간호사의 상담을 거쳐 영양, 운동 처방에 따라 생활습관을 바꿔갔다. 고혈압 관리 모임에 참여했고, 건강동아리 활동도 이어갔다. 그새 몸무게는 10㎏ 빠지고 우울감이 사라졌다. 김씨는 “센터 덕분에 건강도 되찾고 가족관계도 좋아졌다”며 “이웃들과 함께 건강관리를 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건강100세상담센터(100세센터)는 강동구가 전국 최초로 만든 동 주민센터 속 작은 보건소다. 간호사가 상주해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를 해준다. 고혈압과 당뇨 등의 대사증후군은 만성질환이 되기 전에 조기 발견이 중요한 점에 착안해 집 가까운 동 주민센터에서 건강을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구가 추진한 특화사업이다.

2008년 천호1동을 시작으로 2013년 고덕1동에 들어서면서 모든 동(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있는 동 제외)에 설치됐다. 5년 걸려 주민들이 동네에서 공공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셈이다. 20살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강동구의 20살 이상 주민의 32.2%가량인 11만1250여명이 등록해 이용하고 있는데, 65살 이상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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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민이 용민주씨에게서 운동처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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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센터에서 이용자들은 5가지 검사(복부 둘레, 혈압, 혈당, 중성지방, 고밀도콜레스테롤)로 대사증후군 여부를 진단받을 수 있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영양 교실의 식습관 개선과 운동 교실의 운동 처방을 병행해 건강을 관리해 나간다. 이곳에서 측정된 검사 결과는 보건소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돼 보건소 진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용자 스스로 자기 건강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돕는 주민참여형 건강 인프라를 활용할 수도 있다. 2012년 100세센터 설치·운영 조례를 만들 때 주민참여 촉진 조례도 함께 제정됐다. 센터를 찾은 주민들은 걷기 등 건강 동아리를 꾸려 이웃과 함께 건강을 챙긴다. 현재 누적 인원 약 9300명이 30여 개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건강관리를 생활화하고 있다.

기존 동 가운데 가장 늦게 문을 연 고덕1동 100세센터는 운영 10년째를 맞고 있다. 재건축 마무리로 입주가 시작되면서 2016년부터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었고 2018년엔 대상자(20살 이상 주민)의 41%가량이 이용하기 했다. 코로나19 기간엔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로 이용자가 절반 정도 줄었다가 지난해부터 회복 추세로 돌아섰다. 개소 때부터 일해온 간호사 염복순(55)씨는 “동아리 활동을 언제 다시 시작하냐고 문의하는 주민이 많았다”며 “지난해 7월 재개되면서 동아리마다 회원이 두 배 늘고 활동도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고덕1동 건강동아리 회원들은 월·금요일마다 동 주민센터 4층 다목적실에 모여 운동을 함께 한다. 2월17일 금요일 오후 4시 2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운동처방사의 녹음 목소리를 따라 50분 정도 상·하체 운동을 같이 했다. 건강 리더 3명은 앞쪽에서 회원들을 바라보고 운동했다. 손목 깁스를 했거나 어깨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인데도 참여한 이도 있었다.

이날 순회 방문한 운동처방사 용민주(30)씨가 회원들 사이를 다니면서 자세를 바로잡아줬다. 동작마다 10번씩 5회 반복하다 보니 가벼운 스트레칭이라도 운동 강도가 꽤 있어 보였다. 그래도 중간에 멈추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 최대한 따라 해보려 애썼다. 용씨는 “관절에 무리 없이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이니 천천히 따라 해도 괜찮다”고 알려줬다.

회원들은 균형 잡는 동작 때 서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웃기도 했다. 8년째 동아리 활동을 해온 박인기(68)씨는 “집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게 되고, 여럿이 같이 해 재밌다”고 했다. 박씨는 “부담 없이 할 수 있고, 하고 나서 몸이 좋아지니까 꾸준히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 주민센터가 작은 보건소 역할…“주민 건강관리능력 키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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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1동 주민이 동 주민센터에 있는 건강100세상담센터에서 간호사 염복순씨와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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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이상 구민 셋 중 한 명 등록·이용

약 9300명 주민, 30개 동아리 활동중

실천율 평균 이상, 건강개선 효과 뚜렷

성동구, 찾동 간호사가 동 이음터 운영


김동숙(64)씨는 같은 합창단 모임 회원인 박씨의 추천으로 지난해 센터를 찾아 등록했다. 김씨는 “암 완치 뒤 열심히 운동하며 관리해오다 코로나19로 중단하면서 불안했는데, 간호사 상담을 받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무료로 받는 건강관리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병원에 따로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100세센터의 주민 건강개선 효과는 건강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강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6개월 동안 관리받은 주민을 분석한 결과, 중성지방이 76%로 가장 많은 개선율을 보였고 고밀도콜레스테롤 71.7%, 복부 둘레 67.5%, 혈당 54%, 혈압 50.6% 순으로 건강수치 향상이 확인됐다. 건강생활실천율(2021년 기준)은 47.9%로 전국 평균 30.9%과 서울 평균 44.4%를 웃돌았다. 이두선 강동구보건소 보건의료과 팀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센터 운영과 비대면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병행해, 주민들에게 공백 없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지원한 결과로 본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 다수 보건소의 건강증진업무가 중단될 때도 100세센터는 예약제로 운영을 계속했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만성기저질환자 관리에 중점을 두었다. 고덕1동 100세센터의 경우, 6개월 이상 장기간 관리를 받은 비율이 70~80%에 이른다. 간호사 염씨는 “만족도가 높아 계속해 방문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

올해 100세센터는 더 다양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다. 1인가구, 청장년층 남성, 취약계층 등부터 찾아 나설 계획이다. 고덕1동 센터도 젊은층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지역의 소규모 작업장, 기업 등을 찾아가는 ‘이동 건강상담실’을 운영한다. 통장, 주민자치회 건강분과 위원들과 함께 펼쳐왔던 캠페인과 홍보 활동도 이어간다. 건강동아리 리더들의 역량 강화 교육도 진행한다. 간호사 염씨는 “건강 리더들은 새 회원들이 잘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강동구는 100세센터 운영과 더불어 주민건강 향상을 위한 다양한 유형별 건강관리사업도 펼치고 있다. 금연 시도율 향상과 흡연율 감소를 위해 카카오 채널을 통한 비대면 금연클리닉 등록서비스, 일대일 맞춤형채팅 금연상담 등을 이어간다. 취약계층 임산부와 영유아 대상 ‘영양플러스 사업’으로 빈혈, 영양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개선을 도와준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오랜 기간 지속한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만큼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더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자치구 가운데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 사업의 방문 간호사가 동 주민센터에 상주해 건강관리를 해오는 곳도 있다. 성동구의 경우, 2015년부터 17개 동 모두 ‘동 건강이음터’를 운영하고 있다. 동 건강이음터는 상시 이용할 수 있고, 체성분 검사 때는 예약해야 한다. 구는 지난 2월부터 이용가능 연령을 16살로 낮춰 대상자를 확대했다. 신미정 성동구보건소 방문보건팀장은 “청소년 비만 증가가 어른이 되어 만성질환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평생 건강관리가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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