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성착취물, 직접 지워보세요”…‘2차 가해’ 구글, 피해자 증언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 출처 = 국제앰네스티]


구글에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성적 촬영물이 올라와 있다면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구글의 성적 촬영물 삭제 과정을 경험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앰네스티는 구글이 디지털 성범죄 2차 가해자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구글에 올라온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삭제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앰네스티는 28일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구글의 신고 시스템은 카테고리와 절차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며 “신고가 제대로 접수된 후에도 처리 과정에 대한 소통이 부족하고, 처리가 완료되는데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들이 구글의 느리고 복잡한 콘텐츠 삭제 요청 시스템으로 인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글의 비동의 성적 촬영물 삭제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 성폭력 피해자들이 구글의 신고 시스템에 대해 직접 증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피해자들이 느낀 좌절감을 공감해볼 수 있도록 일부는 재구성됐다.

프로그램 첫 화면에는 “비동의 성적 촬영물 여러 장을 발견했다”는 문구와 함께 ‘신고하기’ 버튼이 뜬다. 이후 적합한 신고양식을 찾는 화면이 나타난다.

신고양식을 찾지 못하면 이에 관한 디지털 성착취 근절 단체 ‘리셋’ 활동가의 설명글이 나온다.

이 활동가는 “구글은 텅 빈 공간에 검색창만 있는 첫 화면에서 어떻게 신고 메뉴로 들어가야 되는지부터 찾기가 힘들었다”며 “여러 가지 신고 양식마다 신고 대상 피해촬영물을 지칭하는 이름이 다 다른데 신고하려는 피해촬영물이 정확히 어떤 양식에서 신고가 가능한 건지 잘 모르겠더라”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사진 출처 = 국제앰네스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과정은 ‘양식 완성하기’다. 구체적인 법률 조항을 기재한 뒤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구글에 신고해야 한다. 이 내용은 실제 구글이 신고양식에서 요구하는 항목이다.

여기서 적어내야 하는 법률 조항은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법률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2항 및 4항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 요청 등)다.

양식 완성하기 화면이 지나가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힌 ‘현진’(가명)의 증언이 나온다.

현진은 “한 사이트에 올라온 몇백 개의 영상을 다 정리하고, 캡처하고, 신고하고, 가해자 아이디를 비교해서 동일한 계정을 폴더별로 정리한 것만 몇 기가가 된다”며 “솔직히 일반인이 신고양식에서 적어내라는 그런 법 조항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라고 비판했다.

구글이 신고 내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고발한 추적단불꽃은 “신고 접수 메일이 10건이면 (구글이) 이후 상황에 대한 통보나 추가 자료를 요구한 적은 전혀 없다”며 “매번 삭제 처리가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다시 피해물을 처음 찾은 경로로 즉 구글에 피해물의 검색어를 입력을 한다든지 아니면 이미지 검색을 한다든지 추가 수작업으로 확인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앰네스티는 “구글의 신고 시스템은 지나치게 복잡할 뿐 아니라 일관성이 없고 처리과정을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앰네스티는 오는 4일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열리는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구글의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