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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찰스3세 '정치개입' 논란…'왜 하필 그때 EU 집행위장 만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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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 불간섭' 불문율 깼다는 비판…야권은 '총리 배후설' 주장

"총리실 조언 따랐다"는 왕실에 총리실 "궁극적으론 국왕의 결정"

뉴스1

영국 찰스 3세가 27일(현지시간) 런던 서부 윈저성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3.02.27/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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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정의 일부인 북아일랜드 협약 관련 새 합의안을 타결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한 가운데 찰스3세 영국 국왕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접견한 것을 두고 영국 정치권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처럼 민감한 국내 정치 이슈에 왕실이 개입했다는 비판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빗발친 것이다. 왕실과 총리실은 '통상적인 접견'이라고 일축했지만 책임을 두고 엇갈린 해명을 내놓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날 찰스3세 국왕은 윈저성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접견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윈저성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아일랜드 협약 합의안을 담은 '윈저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직후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윈저성 내 길드홀에서 찰스3세 국왕을 예방한 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찰스3세의 EU 관계자 접견이 자칫 이날 합의안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에서 국왕은 상징적인 존재로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윈저 프레임워크는 의회 표결로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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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린 포스터 전 민주연합당(DUP) 대표가 2021년 10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 들어가고 있다. 2021.10.0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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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정치판에 국왕 끌어들이냐' 맹공…여권서는 '왕실이 나서면 안된다' 지적

알린 포스터 전 민주연합당(DUP)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우닝가(영국 총리와 재무장관 의미)가 국왕에게 이번처럼 논란이 많은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관여하도록 요청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아일랜드에서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이번 회담이 "왕실의 결정이 아니라 귀를 닫고 있는 정부의 결정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탄생한 지역 보수정당으로 영국 본토와의 통합과 영국 왕실 유지를 지지해왔다. 이번 북아일랜드 협정 합의 성패는 민주연합당이 합의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브렉시트 정국의 열쇠를 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스터 전 대표는 테레사 메이·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차례로 EU 집행위원회와 브렉시트 협상을 하던 당시 민주연합당을 이끌었다. 발언의 무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미 윌슨 민주연합당 하원의원은 EU집행위원장과의 회담 시점이 "국왕을 정치적 문제로 끌고 갈 위험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포스터 전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하원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찰스3세 국왕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접견했다는 뉴스 속보를 공유한 뒤 "이는 끔찍한 실수"라고 적었다. 이어 "군주제를 정치적 분쟁에 끌어들여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권여당인 보수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이콥 리스모그 전 산업·에너지·기술전략부 장관은 이날 GB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왕은 모든 사안이 종료됐을 때만 (정치적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간 국왕은 의회 절차가 진행될 때는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이번 협정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지지가 있을 때까지 국왕이 관여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총리실 "협정과 무관" 해명…왕실 "총리실이 조언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왕실과 총리실 모두 수습에 나섰다. 총리실 대변인은 정부가 찰스3세 국왕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회담한 건 '우연의 일치'이며 이번 합의안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회담 내용에 대해서도 총리실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기후변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문제들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북아일랜드 협정 논의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둘 간의 회담이 이번 합의안에 대한 왕실의 지지를 표명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총리실 대변인은 "최근 국왕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여러 외국 지도자를 만났는데 이번 회담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어떤 인사를 만날지는 궁극적으로는 왕실과 국왕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반면 왕실에서는 총리실 조언에 따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접견했다는 해명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왕실 내부 관계자는 이 만남이 광범위한 문제들을 논의할 기회를 제공할 거란 정부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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