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30 (월)

"40년 숙원 풀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환영 vs 맹비난'(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핵심요약
환경부, 27일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강원도·양양군 2026년 준공 목표로 추진
김진태 지사 "윤석열 대통령께 감사" 전해
지역주민 "40년 숙원사업 이뤄" 크게 환호
환경단체 "파렴치한 결정"…저지투쟁 전개
노컷뉴스

오색케이블카 노선도. 양양군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강원 영북지역의 40년 숙원사업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지역사회는 크게 환영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파렴치한 결정이라며 맹비난에 나섰다.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환경청은 양양군이 지난해 12월 28일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 등이 제시돼 있다"라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날 조건부 동의를 통보하면서 상부정류장 위치 하향 조정 등 관련 조건을 제시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통한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사업 착공 전 법정보호 식물 및 특이 식물에 대한 추가 현지조사, 상부 정류장 구간 규모 축소 방안 마련, 풍속 및 적설 등 기상상황을 고려한 설계·시공 기준 강화 등을 협의·제시했다.

특히 상부 정류장 위치를 해발고도 1480m에서 1430m로 하향 조정해 기존 탐방로와의 이격거리를 추가 확보하고, 탐방객의 이탈로 인한 추가 훼손을 방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로써 지난 1980년대부터 추진된 설악산 신규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40년 만에 최종 관문을 넘어섰다. 남은 절차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이다. 다만 환경부에 앞서 한국환경연구원(KEI) 등 국책연구기관을 포함한 전문기관들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온 만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혁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수차례 환경 문제로 발목을 잡혀왔던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드디어 정상화됨에 따라 후속 인·허가 절차를 조속히 진행, 사업 완료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도는 우선 올 8월 지방재정투자심사를 신청하는 등 연내 나머지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내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할 방침이다.

노컷뉴스

오색케이블카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양양지역 주민들. 전영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 40년 만에 숙원사업 '마침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지난 1982년 강원도가 설악산 제2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같은 해 문화재위원회가 부결시켰다. 이어 2001년에도 강원도와 양양군은 오색동과 설악산 대청봉을 연결하는 4.5㎞ 구간의 케이블카 설치 허용 여부를 환경부에 문의했으나, 환경부는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후 양양군은 2011년 3월 환경부에 설악산국립공원 계획 변경안의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상부 정류장이 대청봉에 너무 가깝고 경제성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했고,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사업을 부결시켰다.

이에 양양군은 2012년 11월 상부 정류장 위치를 변경해 재신청하기도 했지만, 2013년 9월 국립공원위원회가 부결하면서 또 다시 무산됐다. 이후에도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꼽히다가 지난 박근혜 정권에 들어오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노컷뉴스

사진은 1982년 강원도가 문화공보부장관 앞으로 보낸 설악산 국립공원 계획변경에 대한 문서. 강원도 제공



양양군은 노선을 오색~끝청 구간 3.5㎞로 변경해 2015년 4월 다시 신청했으며, 같은 해 8월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2016년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문화재 현상변경안이 부결돼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천연보호구역에 설치되는 케이블카가 환경과 동식물 서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양양군이 제출한 문화재 현상변경안을 부결시켰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양양군은 결국 2017년 3월 문화재청의 부결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심위는 그해 6월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원주지방환경청은 갈등조정협의회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작업에 들어갔고, 지난 2019년 8월 최종 회의에서 의원 12명 중 4명은 조건부 동의, 4명은 부동의, 다른 4명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보완이 미흡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환경부는 갈등조정협의회 의견을 토대로 고심한 끝에 환경 파괴 우려 등을 이유로 사업 부동의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양양군은 포기하지 않고 환경부의 부동의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며 중심위는 2020년 12월 또 다시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후 환경부가 재보완을 요구해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해 대선과 지선에서 강원권 공약으로 등장한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혁균형발전특위의 정책과제로 추진돼 오면서 결국 환경부 조건부 동의를 받아냈다.

노컷뉴스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진하 양양군수, 정준화 양양친환경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조건부 동부' 결정에 환호했다. 양양군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 "40년 숙원사업 이뤄" 환영

이처럼 장기간 표류하던 오색케이블카가 추진사업이 정상 추진되자 지역사회는 현 정부의 결정에 감사하며 크게 환호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진하 양양군수, 정준화 양양친환경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 등은 이날 오후 2시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전했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이제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41년 걸렸다.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이지만 154만 강원도민과 함께 환영한다. 8번의 삭발투쟁, 3번의 행정심판, 4번의 행정소송까지 우리 양양군민들의 끈질긴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다. 고생하신 양양군민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그러면서 "그동안 수차례 백지화 위기가 있었지만 양양군민은 좌절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정신으로 중앙정부의 부당한 처분과 반대단체의 극렬한 저항을 지혜롭게 대처하며 오늘과 같은 값진 성과를 이끌었다"며 " '국립공원' 이며 '천연기념물' 인 설악산에 어떻게 케이블카를 놓을 수 있겠냐고 걱정하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국가 시범사업에 걸맞는 글로벌 명품 케이블카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준화 양양친환경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은 이번 환경부의 결정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하고 있다"며 "사업추진이 결정된 만큼 앞으로 환경단체들과 소통하면서 친환경적이고 세계적인 명품 케이블카를 만드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가도 크게 환영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논평을 통해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정상화는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로 나아기기 위한 첫 단추로서 강원도와 강원도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현안이었다"며 "오늘 발표를 통해 40년 숙원사업이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를 준비하는데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도 "오색케이블카 설치로 설악권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립공원의 환경 보존과 생태복원, 이동 약자에게 자연환경에 대한 향유의 기회 제공 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어렵게 첫 삽을 뜨게 된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의 차질 없는 사업 이행과 함께 위대한 설악산의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일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노컷뉴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SNS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경단체 "파렴치한 결정" 맹비난

지역사회의 환영과는 달리 환경단체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한 환경부는 파렴치한 집단"이라며 "설악산을 그대로 두라는 국민의 바람과 전문기관의 거듭된 부정평가는 무시한 채, 설악산케이블카를 무조건 추진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하명만을 받들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설악산을 제물로 삼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단체는 "특히 한화진 장관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을 허가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새빨간 거짓말을 한 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환경부에게 더 이상 국립공원의 내일을 맡길 수 없다. 오늘의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릴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명명백백하게 판단하고 그에 맞선 강력한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성명을 내고 "환경부의 이번 결정은 전국의 국립공원들을 파괴해도 된다는 명분으로, 묻지마 개발허가증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2023년의 환경부는 대한민국 핵심 생태지역을 망가뜨리는 데에 앞장섰다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오색케이블카 퇴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비판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에서 설악산 정상 대청봉 바로 옆 '끝청'까지인 3.3㎞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다. 사업비는 최초 추진 당시인 2015년 500억 원대였지만, 물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현재 1000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와 양양군 등은 오색케이블카가 교통약자에 대한 문화 향유권 보장과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을 지킬 수 있는 대안 사업으로 연간 152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935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조직개편을 통해 도청 안에 '설악산삭도추진단'을 만들어 연내 착공해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김 지사는 "오색케이블카는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기 위한 '친환경 개발사업'으로 환경부가 제시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꼼꼼히 이행할 것"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도 11개의 인허가 절차와 각종 심의가 남아 있지만 최한 신속히 밟아 원샷으로 해결해서 연내 착공하겠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