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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6명 일가족도, 남편도'…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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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노컷뉴스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 사고 소식을 듣고 오열하던 한 유가족이 실신해 119를 통해 이송되고 있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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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들끼리 너무 친해서 같이 연말 여행 갔었는데…어머니 마중 나왔더니 사고가 났다고"

박진혁(가명)씨는 29일 오후 5시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전광판에 올라간 22명의 사상사 중 친척 동생 박모씨의 이름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박씨는 "어머니는 물론 가장 어린 친척 동생까지 6명의 여자들끼리 연말 가족 여행을 갔었다"며 "크리스마스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가서 이런저런 여행 사진을 보냈다"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 담양, 전북 등 지역에서 가깝게 지내 애틋한 사이였던 이들은 '며느리 연말 여행' 목적으로 방콕을 갔다 귀국길에서 참변을 당했다.

박씨는 "사고 10분 전에도 착륙을 앞둔 친척 동생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었다"며 "새벽 3시 40분에는 출발 앞두고 35분 정도 연착이 됐다. 오전 9시 1분에는 무안을 왔는데 비행기 착륙을 못하고 있다는 연락이 마지막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 일찍 마중을 나온 아버지가 먼저 왔다가 이 같은 상황이 벌어져 작은 아버지들도 달려와 상황 파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 장흥군 장평읍의 한 마을에서 남편들을 기다렸던 부인 2명은 소식이 없는 남편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였다.

방콕으로 골프여행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A(62)씨는 "남편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난 24일 골프여행을 갔다"며 "오늘 오기로 했는데 이상하게 연락이 되지 않았고 뉴스를 보자마자 이 곳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치러 갔고 어제 저녁에 연락을 했다"며 "오늘 아침 8시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좀 늦은가 보다 했는데 이렇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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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 사고 소식을 듣고 모인 탑승자 가족들이 지체되는 상황 공지에 분노섞인 오열을 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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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누나와 매형을 행복한 인사로 배웅했던 여행길이 끔찍한 사고로 변하자 눈물 섞인 고성을 지르는 20대 유가족도 있었다.

사고 사실조차 휴대전화로 울린 긴급 뉴스 알람으로 접한 김윤석(가명)씨는 이제 막 서른인 누나가 사망했을 리 없다고 부정했다.

김씨는 "매형이랑 같이 비행기 탔어요. 지금 아무 연락이 안되는데 저도 뉴스보고 왔다니까요"라며 "신원이 파악된 사상자를 바로 벽에 붙여준다던 공항 측의 대응이 너무 늦어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30대 여성 신유민(가명)씨는 부부동반 모임을 나갔던 50대 부모님의 신원이 7시간 가까이 파악되지 않자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신씨는 "유가족 몇 명이라도 안에 들어가 소지품 등을 확인하게 해주면 더 파악이 빠르지 않겠냐"며 "너무 오랜 시간동안 이 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50대 중년 남성은 이런 일이 어딨냐며 고성을 지른 채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자신의 어머니 사고 소식을 들은 한 20대 여성은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멍하니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한 20대 여성은 "50대인 어머니가 홀로 비행기를 탔다"며 "지난 밤에 다시 한국에 온다는 카카오톡 메시지이 마지막에 되었다"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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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 사고 소식을 듣고 모인 탑승자 가족들이 초조하게 뉴스를 보고 있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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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9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무안공항 청사에서 탑승자 가족을 대상으로 현장 브리핑을 열어 "총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탑승자 181명 가운데 구조된 2명만 생존하고 나머지 탑승자는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167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한국공항공사와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오후 5시 49분 기준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자 181명 가운데 남성 82명과 여성 83명, 성별 확인불가 11명 등 모두 17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탑승자 가운데 승무원 2명(남성 1명, 여성 1명)만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추가 사망자에 대한 시신을 수습하는 한편 혹시나 있을 생존자에 대한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존한 승무원 2명 가운데 1명은 가족들의 동의 하에 목포의 한 병원에서 이대서울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1명은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라남도는 이날 사고 수습을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현장긴급구조통제단을 구성하고 무안공항 현장에 임시안치소를 설치, 시신을 안치하고 있다.

전남도는 무안스포츠파크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유가족들에게 숙소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을 출발해 이날 오전 무안에 도착 예정이던 제주항공 7C 2216편이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이날 오전 9시 3분쯤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결국 공항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폭발해 완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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