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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英 "러 자폭드론 바닥났다, 열흘간 안 써"…러 "소설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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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방부가 "러시아가 사용하는 이란제 드론의 재고량이 고갈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은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격추된 이란산 샤헤드 드론의 잔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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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에 투입하던 이란제 자폭용 무인기(드론)의 물량이 고갈됐을 것이라는 영국 국방부의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런 관측은 서방의 공상일 뿐 자국 군수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25일(현지시간) 일일 전황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은 지난 15일 이후 지금까지 열흘간 우크라이나에서 '샤헤드-136' 등 이란제 드론을 사용한 기록이 없었다"며 드론 물량이 소진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샤헤드-136 자폭용 드론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민간 주거 및 에너지 인프라 등 여러 시설을 파괴하는 데 활용 중인 무기다. 이란은 이 무기를 러시아에 수출했다는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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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는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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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방부는 "앞서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한 달여 간 요격한 이란제 드론만 최소 24기"라면서 "드론을 투입하지 않는 건 현재 보유 중인 재고가 바닥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드론의 추가 보급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은 드론의 정확성이 높지 않지만 순항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피할 수 있도록 드론을 유용한 유인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지난 24일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이란제와 비슷한 드론을 공급받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러시아 관리들이 중국 방산업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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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서방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을 가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부 격전지를 중심으로 교전이 지속됐을 뿐 후방 도시 공격 등 대공습은 없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무기 물량이 바닥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서구 싱크탱크를 인용해 "러시아가 전장에 투입한 최신형 탱크 절반가량을 잃었으나, 서방의 제재로 군수 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체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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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사진)이 지난해 1월 현지 매체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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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는 '무기 고갈'이라는 서방의 주장은 억측이라며 정면 부인했다. 러시아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57)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자국 월간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상가들이 러시아에서 미사일이 고갈되고 생산이 중단됐다는 소설을 쓰는 게 우습다. 현실은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가 경제를 전시 체제로 전환하면서 무기 생산량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메드베데프는 "늘어난 정부 수요에 맞춰 군수물자 생산량은 수십 배 늘었다"고 말했다.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일부 군수공장에서는 24시간 3교대 근무 체제로 돌아가고 있거나 민간 쇼핑센터를 군수공장으로 탈바꿈해 무기 생산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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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앞줄 가운데)가 지난 9일 러시아내 군수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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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는 단순한 무기 생산 확대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포획한 첨단 서방 무기를 바탕으로 자국 무기의 개량 발전까지 이루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전리품의 나사까지 해체해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연구해내고 있다"며 "최신 기술 도입으로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유력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메드베데프는 자국 국익 수호를 위해서라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까지 진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강경파 인물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1년째인 지난 24일 텔레그램을 통해 "반드시 러시아군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대의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에) 적대적 국가들의 국경을 가능한 한 멀리 밀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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