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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졸업식 꽃값 ‘기본 5만원’…폭등 뒤에는 ‘난방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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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철 울상인 화훼농가

경향신문

서울의 한 꽃시장에 지난 12일 다양한 꽃다발이 포장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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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50%가량 더 부담
여름꽃 재배 기피하기도
장미는 경매가 43% 뛰어

꽃집도 “남는 게 없는데…”
손님들 발길도 줄어 이중고

졸업식 시즌인 2월 말은 화훼농가가 기다리는 대목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19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 헌인화훼단지는 한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차가 쭉 밀려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없어요.” 화훼매장 운영자 하재종씨(57)가 말했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하씨 매장을 찾은 손님은 한 명이었다. 졸업식이면 잘 나가던 철쭉류 수요도 올해는 신통치 않다. “비대면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꽃 선물 안 하는 게 습관이 됐나봐요.” 하씨가 한숨을 쉬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탄·농업용 전기·등유 값이 다 올랐다. 농가 부담이 커지면 꽃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하씨는 올겨울 비닐하우스에 비닐을 덧대고 ‘뽁뽁이(단열재)’를 곳곳에 붙였다. 한 줄에 네 장씩 때던 연탄도 세 장으로 줄였다. 인근 화훼농원 사장 인정근씨(49)는 “연탄 한 장에 550원 하던 게 670원, 심하면 700원까지 한다”고 했다. 그나마 연탄은 싼 편이다.

등유를 사용하는 농가의 한숨은 더 깊다. 900여평 온실에서 튤립 등 구근류를 키우는 홍성현씨(61)는 지난해 10~12월에 700만원어치 넣은 등유를 다 썼다고 했다. 홍씨는 “작년엔 1000만원이면 겨울을 났는데 올해는 1500만원쯤은 들 것 같다”고 했다.

농가가 난방에 사용하는 등유는 면세유다. 하지만 폭등한 면세등유 가격에 농민들은 “체감상 일반유를 사서 쓰는 기분”이라고 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면세등유 평균 가격은 2021년 1ℓ당 798.67원에서 2022년 1288.39원으로 약 61.3% 올랐다. 올해 1월에는 1297.07원으로 뛰었다.

등유와 전기히터를 함께 쓰는 김우병씨(72)는 “40년 인생에 이런 난방비는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15~17도를 유지한 전기히터를 올해 8~14도로 낮췄는데도 1월 전기요금은 73만5690원, 2월 전기요금은 87만7760원이 나왔다. 그는 “작년처럼 틀었다면 한 달에 150만원은 너끈히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난방온도를 줄인 탓에 작물이 상한 손해도 감수해야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화훼농가가 온도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꽃과 나무를 키우려면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합(18도)·다알리아(22도) 같은 작물은 난방비가 더 든다.

한 화훼농가 사장은 “기름값이 너무 오르니 농가에서 여름작물을 기피하는 추세”라고 했다.

장미꽃처럼 꽃다발로 만드는 절화(꺾어서 파는 꽃)도 대체로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야 꽃이 핀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13~17일 절화(판매용으로 뿌리를 자른 꽃) 장미 경매가격은 1만5195원으로, 1년 전(1만573원)보다 43.72% 올랐다. 올해 졸업식 시즌에 기본 꽃다발 가격이 5만원 선이 된 이유다.

도매단지에서 꽃을 가져오는 꽃집들도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서울 송파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민경씨(34)는 “한 단에 3000원 하던 꽃을 1만원에 가져오고 있다”며 “기본 다발 5만원도 이윤이 남지 않는데 이런 사정을 손님들은 잘 모르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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