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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명가에 듣는다] "올 M&A시장 화두는 AI … 하반기 IPO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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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부터는 인수·합병(M&A) 자문 역량 강화에 매진해 2030년까지 국내 M&A시장에서 외국계 투자은행(IB)과 회계법인을 포함해 명실공히 '톱3' IB로 우뚝 서겠습니다."

김성현 KB증권 사장(사진)은 19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한 해 M&A·기업 지배구조 자문 부문 인력 확대와 조직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M&A 어드바이저리 본부를 독립 본부로 만들어 키울 생각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의 IB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 사장은 지난해를 KB증권에 '큰 획'을 긋는 해였다고 되돌아봤다. KB증권은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도 업계 최초로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쿼드러플 크라운은 채권발행시장(DCM), 주식발행시장(ECM), M&A, 인수금융 등 4개 분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뜻한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 WCP, 성일하이텍 등 주요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을 독식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SK텔레콤 회사채 발행 등 주식과 채권발행시장을 넘나들며 대형 거래를 주도했다.

이 같은 성과에도 김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시중에 자금 경색이 심화돼 IB 거래가 급감하는 과정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달성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다행히 연초 이후 기업들의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는 과정에서 KB증권이 기여한 부분은 고무적이란 평가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시장 경색 분위기 속에서도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 등의 공모채 발행을 연달아 완판시키며 국면 전환에 기여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올해는 수익 목표 달성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IPO시장 분위기도 하반기를 거치며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는 컬리, 케이뱅크, 오아시스 같은 대어가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는 반면 중소형주는 흥행을 이어가는 양극화 국면"이라며 "올해 2분기 말 정도부터는 대형 딜도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사장은 M&A시장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금융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지만,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어 인수금융 금리 수준도 시장 상황에 따라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매물로 나온 기업 밸류에이션 역시 점차 현실화되고 있어 투자자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KB증권은 특히 2차전지나 수소생태계 같은 친환경에너지 분야가 성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관련 딜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2차전지,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과 관련한 M&A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며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 영역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지목했다.

채권발행시장 부문에선 해외 유수 IB들과 경쟁하며 해외 주관 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올해는 민간 대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 주관도 맡아 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기존 신디케이션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려 올해 말께에는 신디케이션 본부를 새로 만들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이와 함께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부실채권(NPL)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자산운용사 시공사들과 함께 1000억~2000억원 규모 NPL 펀드를 조성해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조달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공사비가 많이 올라 시공사들이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는 어려운 사업장들의 경우 기존 대출 등을 정리해 다시 정상화하는 데 보탬이 되는 NPL 펀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30년 넘게 기업금융 부문에 종사하며 KB증권이 채권발행시장 부문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9년부터 IB 부문을 총괄하는 각자대표로 4년 동안 KB증권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말 1년 연임에 성공하며 KB증권 사상 처음으로 5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강두순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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