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젖소 동행시위' 美활동가 40년간 러시아 입국 금지

법원, 체류 규정 위반에 추방…"이의 제기할 것"

재판받는 미국인 채식주의 운동가 알리시아 데이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어린 젖소를 데리고 동물 권리보호 시위를 펼쳐 구금됐던 30대 미국 여성이 외국인 입국·체류 규정 위반으로 향후 40년간 러시아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고 16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트로이츠크 법원은 이날 외국인 체류 규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인 활동가 알리시아 데이(34)를 러시아에서 추방하고 2063년 2월 13일까지 40년간 입국을 금지한다고 선고했다.

미국인 데이는 관광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한 뒤 거주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생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자신의 거주지를 담당 이민국에 신고·등록해야 한다.

데이는 법원 판결 후 한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오늘 나는 튀르키예(터키)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러시아와 러시아 음식·사람 등을 사랑하며 여기서 살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며 "내가 미국인인 것을 이해하지만 모든 것이 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데이는 보안 구역에 속하는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어린 젖소와 함께 걸으며 "동물은 음식이 아니다"는 구호를 외쳤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된 후 '통행 방해'와 '경찰 지시 불이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법원은 경찰 지시 불이행에 대해선 13일간의 구류형을, 통행 방해 행위에 대해선 2만 루블(약 35만 원)의 과태료를 선고했다.

미국 뉴저지 태생의 채식주의 운동가인 데이는 2019년 영국 런던에 살 당시 애완동물 돼지를 자신의 아파트에서 키우면서 식당에 데려가고, 목욕도 함께 하는 행동 등으로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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