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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부상자회-특전사동지회 ‘화합 행사’에 “사죄 없는 화합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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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구속자회 등 5개 단체

“계엄군 출신들 사죄 않고 침묵”


한겨레

16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민중항쟁 기동타격대 동지회 등 5·18유공자 5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5·18단체가 19일 특전사 동지회와 열겠다고 예고한 화합 행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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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잡을 때처럼 신발끈으로 손발을 묶어서 사람들을 쭉 엎드려 있게 하더라고요. 옆방에서 총소리가 나니까 군인들이 사람들을 막 밟고 뛰어갔 는 데 짐승 취급을 당한 기분이었어요 . ”

1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을 바라보던 김태찬(62)씨는 1980년 5월27일 새벽 공수부대원의 살기 어린 눈빛을 떠올리고 있었다. 당시 시민군 기동타격대원이었던 김씨는 계엄군에 맞서 도청을 끝까지 지키다 붙잡혔다. 그는 “도청 밖으로 끌려 나와 오전 10시 상무대 영창으로 갈 때까지 계속 두들겨 맞았다”며 “군인들은 정글화를 신고 있었는데 신발 뒷굽에 차이면 뼈가 깨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때린 군인을 만나면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때려야 했는지 꼭 묻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기동타격대였던 김재귀(59)씨는 “27일 새벽 도청 밖 상무관을 지키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오른손을 맞았다”며 “제때 치료받지 못해 생긴 장애 탓에 평생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채 살았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는 5·18기동타격대 동지회, 5·18구속자회 등 5·18 때 계엄군에 붙잡혀 고초를 당한 시민들이 구성한 5개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 오는 19일 열기로 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들 단체는 “공수부대가 쏜 총알을 허리에서 제거하지 못한 채 43년간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며 사는 동지에게 특전사를 포용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광주의 명예와 자존심을 팔아먹는 행위를 하지 마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진압 작전 때 붙잡혔던 시민군 기동타격대 출신 김재귀씨가 오른손에 총탄을 맞아 생긴 흉터를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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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부상자회가 포용과 화해를 앞세운 대국민 선언식 개최를 예고한 뒤 반대 목소리는 5·18 유공자뿐 아니라 다수의 시민단체로 확산하는 중이다. 계엄군 성폭력, 민간인 암매장 등 5·18의 진실에 대해 군인들이 여전히 침묵하고, 특전사 동지회도 스스로 사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5·18유족회와 도청지킴이 어머니 합창단 등 선언식 참석을 요청받은 단체 다수가 불참 의사를 밝힌 까닭이기도 하다.

5·18부상자회는 논란이 계속되는 중에도 행사를 예정대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17일에는 이번 선언식에 반대하는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항의 집회도 연다고 한다. 5·18 단체 간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가는 모양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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