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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KAIST와 난방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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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방현 내셔널부장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가 차츰 생기를 되찾고 있다. 이번 신학기 학사와 석·박사 과정 지원자 수는 총 44명으로 지난해 봄 학기 28명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지원자 중 학사과정은 8명이다. 지난 5년간 봄학기 학사과정에 4~5명씩 지원했던 점을 고려하면 확 달라진 모습이다. 원자력 살리기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KAIST 원자력 전공 학생 생활도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때 이들은 거리로 나가 원자력살리기 서명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캠퍼스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조재완(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박사과정)씨는 “연구만 할 수 있게 돼 행복하지만, 탈원전 부작용이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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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공동대표(가운데)가 국회 소통관에서 탈원전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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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말대로 많은 국민은 탈원전 후폭풍을 본격적으로 맞고 있다. 올겨울 2~3배 폭등한 난방비 문제는 탈원전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문 정권은 5년간 원자력 폐기에 올인했다. 월성 1호기는 영구정지됐다. 진작 가동했어야 할 신고리 5·6, 신한울 1·2·3호기는 아직 완공되지 못했고 한빛 4호기는 5년간 멈췄다. 일부 석탄 화력발전소까지 폐쇄했다. 이런 영향으로 11GW의 전력량이 줄었다. 이는 전국의 모든 가구(2073가구, 2020년 기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문 정권은 대신 발전용 에너지를 LNG(액화천연가스)로 해결하려 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22.6%였던 LNG 발전비율이 2021년에는 30.4%까지 치솟았다. 수입에 의존하는 LNG 수요가 급증하면서 평소보다 비싼 값에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LNG는 발전용뿐 아니라 난방용 핵심 에너지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난방비 상승은 건강을 위협한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추운 주거 환경을 유지하게 되면 심혈관질환 등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영국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015~2016년 겨울에 2만43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초과 사망은 통상 사망자 증가 추이를 벗어나 더 많은 사망자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사망자 대부분은 세금과 비싼 ‘녹색’ 에너지 가격 때문에 난방비를 절약하다 변을 당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원자력 전공 학생들도 줄곧 지적했다. 값싼 원자력을 폐기하면 서민층이 먼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외쳤다. 이 같은 주장은 ‘위험한 원자력을 써서는 안 된다’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등 목소리에 묻혔다. 지난 5년간 국정을 책임졌던 민주당은 ‘국민 1인당 최대 25만원(7.2조원) 에너지물가지원금 촉구’를 주장한다. ‘난방비 폭탄’ 책임을 윤석열 정부로 떠넘기며 민생경제를 외치고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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