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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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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쯤에서 매듭" 징용피해 유족들, 28일 외교부와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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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오는 28일 외교부 및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 측과 집단 면담을 갖는다.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2018년 최종 승소한 원고 14명의 유족 대다수가 면담에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 피고 기업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제3자인 강제동원재단이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 측과 피해자 유족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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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지난달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일부 피해자 지원단체는 불참하는 등 '반쪽 토론회'에 그쳤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승소한 원고 등 피해 당사자가 직접 의견을 표명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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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앞서 지난달 중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단과 지원단에 강제징용 피해자와의 면담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차원에서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최종 발표하기 전에 피해자의 입장과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정부는 피해자가 아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를 주요 소통 창구로 설정하며 결과 발표 이후 논란이 증폭됐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 한 달간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및 법률대리인단과 조율한 끝에 면담 일정이 2월 말로 정해졌고 외교부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남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선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한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는 한편, 당사자인 피해자와 유족분들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경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확정 판결 vs 대법원 계류까지' 입장차



면담 성사를 위해 남은 과제는 참여 대상을 둘러싼 외교부와 피해자 측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일이다. 외교부는 이번 면담의 대상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승소한 피해자 15명(원고 기준 14명), 즉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춘 이들로 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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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대상을 둘러싼 외교부와 피해자 측의 입장차가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승소한 원고 14명을 면담 대상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해자 측에선 대법원에서 소송이 계류중인 피해자들도 면담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2018년 10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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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법률대리인단과 지원단 측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인 강제징용 피해자 역시 면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강제징용 소송은 9건으로 원고는 총 60여명 규모로 추산된다.

외교부는 일단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원고에 더해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피해자까지 한 자리에 모일 경우 1·2차로 두 차례에 걸쳐 면담을 진행하는 절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면담 형식 역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외교부가 요청한 개별 면담 대신 집단 면담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피해자 및 유족들이 개별적으로 외교부·강제동원재단 측과 만나는 일정을 주선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피해자·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입장을 개진하고 이를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집단 면담서 '진솔한 입장 표명' 가능할까



다만 집단면담의 경우 원고 측이 배상금 수령 여부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개진하기 어려운 형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한 양금덕 할머니와 시민단체·법률대리인단에서 정부 해법을 ‘굴욕 외교’로 규정하며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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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지난 13일 오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비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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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해법인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동냥하듯 아무에게나 명분 없는 돈을 구걸해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게 피해자들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집단 면담에서도 이어질 경우 일부 유족이 제3자 변제안에 찬성하거나 배상금 수령 의사를 갖고 있다 해도 이를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피해자 유족 "어떤 형태든 이쯤에서 매듭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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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9일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 공판 후 소감을 밝히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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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부 유족들은 제3자 변제안을 통한 배상금 수령에 동의하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18년 최종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년 가까이 끌고 온 만큼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매듭을 지어줬으면 한다. 한·일 기업의 기부금을 활용한 배상이라도 돈을 받겠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시민단체와 변호사 분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어디 가서 돈을 받고 싶다거나 정부 해법에 찬성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기 어렵다”며 “하지만 무조건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닌 만큼 더는 해결을 미루지 말고 죽기 전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확정판결을 받은 또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B씨 역시 “완벽한 해법은 아니겠지만 정부가 열심히 노력해온 사실 자체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가족 중 한 명이 병원 치료를 받느라 집안 사정이 굉장히 어려워진 상태인데, 일본 전범 기업의 돈이 아니더라도 배상금을 준다면 이를 받고 이제는 손을 떼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집단면담을 계기로 외교부가 피해자·유족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별도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외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들의 연락처와 주소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다. 일본과의 협의 진행 상황 등을 토대로 피해자와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해법 발표 이후 배상금 수령 여부 등을 묻기 위해선 연락망 구축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외교부가 별도의 방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당사자의 동의 하에 연락 채널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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