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이 코앞이다.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나니 벌써 새벽. 출근시간 무렵 상사에게 전화해 사정을 얘기했다. 너무 피곤하다고. 오전엔 쉬고 오후엔 집에서 일해도 좋다고 한다….”
뭇 직장인에겐 동화처럼 들릴 만한 얘기들이지만 ‘오비맥주’에선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전 세계 1위 맥주회사인 앤하이저-부시(AB) 인베브(이하 AB인베브)의 한국법인인 이곳에는 ‘근무지자율선택제’ ‘재택근무’ ‘워케이션’ 등 직원들 입장에서 마련된 다양한 근무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김종주 오비맥주 부사장 |
자율적인 근무환경을 이끌고 있는 이는 인사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주 부사장. 글로벌 소비재회사와 제약사를 거쳐 2017년 오비맥주에 입사한 그는 모기업인 AB인베브 동아시아BU에서 채용과 노무, 평가보상 등 인사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오비맥주 본사에는 임원들의 자리가 없습니다. 저도 탁 트인 사무실에서 사장님과 책상 맞대고 앉아있어요. 서로 소통하고 의사 결정하는 시간이 굉장히 단축되더군요. 사장님, 부사장님, 부장님 같은 호칭도 없습니다. 입사할 때 애칭(닉네임)을 쓰는 난이 있는데, 그래서 제 호칭도 ‘JJ님’이에요.”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근무제도는 단연 ‘근무지자율선택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에 대해 JJ님은 “재택근무와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오비맥주는 휴가시즌이 따로 없어요. 안전한 원격근무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국내외 어느 곳이든 상관없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휴가를 제외하고 연간 총 25일 쓸 수 있는데, 하루 8시간 근무,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통근무시간은 지켜야 합니다.”
과연 이러한 제도가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오비맥주 측은 “자율적인 업무환경과 함께 성과는 철저히 자신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쉽게 말해 ‘열심히 일하고 놀 때 확실히 놀자’는 기본이 선 것이다. 김 부사장은 MZ세대 직장인과의 소통을 소개하며 그들의 특징을 덧붙였다.
“흔히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재택근무를 좋아한다는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업무의 자율성을 선호합니다. 이분들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열심히 해요. 감시나 지적보다 신뢰가 바탕이 된 자율이 높은 성과로 이어집니다.”
오비맥주에 최근 젊은 임원이 늘고 있는 것도 자율과 성과의 등식이 만들어낸 결과물 중 하나. 근속연수나 남녀성별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승진과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김종주 오비맥주 부사장 |
김종주 오비맥주 부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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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기업문화
오비맥주는 최근 글로벌 인사평가 기관인 ‘최고 고용주 협회(Top Employers Institute)’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 고용기업’에 선정됐다. 최고 고용주 협회는 매해 121개국, 2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인사 전략, 다양성과 포용성, 직원복지·웰빙, 업무 환경, 직원 역량 개발·성장, 인재 채용, 디지털 HR 테크놀로지 등 인사 운영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오비맥주는 특히 ‘선진적 기업문화’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국적 기업으로서 2020년 다양성·포용성 위원회를 발족하고, 조직 내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기업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평가 항목 중 하나였다.
김종주 부사장은 “IT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듯이 기업의 인사혁신(HR)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사 부문은 늘 두 걸음 앞서가야 합니다. 사람과 기업문화가 확실히 갖춰지지 않으면 비즈니스가 앞으로 나갈 수 없어요. 결국 비즈니스는 사람과 리더가 근본입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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