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8억5000만원 아파트, 7억원에 주인 찾아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공시가격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높아진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文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영향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 단지 내 최저 공시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는 794건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1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101건), 대구(88건), 경북(81건), 부산(73건), 경남(49건), 인천(48건), 서울(40건) 순이었다.월별로 보면 최저 공시가격보다 낮게 매매된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10월 기준 41~70건 수준이었지만 11월 95건, 12월 124건으로 늘었다. 특히 12월 거래 사례 중 절반 이상(63건)은 수도권 아파트 단지였다.
일례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6억350만원에 직거래됐다. 같은 평형 최저 공시가격(7억8400만원)보다 1억8050만원 낮은 금액이다. 송파구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도 지난해 최저 공시가격이 19억3700만원이었지만 그해 10월 이보다 2850만원 낮은 19억85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힐스테이트청계’ 전용 84㎡도 최저 공시가격보다 1억2300만원 낮은 7억7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경기도에서는 의왕 청계동 ‘휴먼시아청계마을1단지’ 전용 121㎡가 최저 공시가격(8억4900만원)보다 1억4900만원 낮은 7억원에 실거래됐다.
지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꽤 많다. 대구 수성구 ‘만촌삼정그린코아에듀파크’ 전용 75㎡는 지난해 최저 공시가격이 7억9800만원이었는데 그해 11월 6억47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차이가 1억5000만원을 넘어선 경우다.
서울 강북의 아파트. (한주형 기자) |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12월 최저 공시가격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된 매물 상당수는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라는 점이다. 직거래는 중개 수수료를 절약할 뿐 아니라 가족, 친지 등 특수관계인 간 증여세를 아끼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부 가족 간 거래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최저 공시가격을 역전한 거래가 늘어난 것은 집값 낙폭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공시가격 조정이 있기 전까지 이런 역전 건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역전 현상이 심화된 것은 문재인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도입하고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지난해 71.5%까지 높였다. 전문가들은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역전 현상이 심화될수록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과세표준이 되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을 산정하는 근거다. 정부는 부랴부랴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로 되돌릴 예정이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매매가가 수억원씩 떨어진 것만으로 속이 쓰린데 재산세 등 각종 세금까지 많이 내야 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거래가 하락을 반영하고, 아파트 조망, 향 같은 차이점까지 고려해 정교하게 공시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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