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세력의 해악 드러내는 계기”
명진 스님이 9일 기자회견에서 2017년 조계종단의 징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낸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평화의길 제공 |
조계종의 실세로 군림하는 자승 전 총무원장 체제에 의해 승적을 박탈당한 명진 스님이 9일 서울중앙지법에 ‘징계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장인 명진 스님은 이날 서울 동호로 문화살롱 기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종단에 의해 자신이 2017년 4월 제적된 것과 관련해 “반대파 제거를 위한 정치적 징계이므로 무효”라면서 “무효 확인과 함께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그때 ‘은처’(숨겨둔 부인) 의혹 등 범계 문제가 제기된 스님과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스님 등 자승 총무원장을 지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징계도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영담 스님, 도정 스님, 허정 스님 등 자승 원장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들에 대해서만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자신에 대한 승적 박탈(제적) 처분은 조계종 호계원의 판결문 자체에서 드러났듯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잘못 기술된, 허위사실에 의한 징계라고 주장했다. “그때 판결문을 보면 ‘2007년 7월9일 한전 부지와 관련하여 종단에 보고 또는 논의 없이 제3자인 은인표와 계약하여 봉은사가 한전 부지의 실질적 권리를 확보하는 시점부터 은인표에게 독자적인 개발 권한을 수여하고 전매차익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금 500억원의 이익을 보장하기로 하였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계약서를 보면 은인표가 봉은사에 500억원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적혀 있다. 그런데도 정치적 졸속 재판으로 진행된 까닭에 명진 스님이 은인표에게 500억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내용으로 뒤바꿔 판시한 것이다. 더구나 계약 주체는 봉은사와 은인표이기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이익을 편취한 사실 자체가 없다.”
명진 스님(가운데)이 9일 기자회견에서 조계종단을 상대로 ‘제적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낸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평화의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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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자승 원장의 퇴임 이후 종단의 자정과 개혁, 화합을 기대하고 기다려왔지만 후임 원행 스님, 진우 스님 두 원장 시절에도 종단은 개혁되지 않았고, 권력 다툼을 하기에 바빴다. 특히 최근 해인사 성추문 사건이 터진 뒤에도 이를 세력 다툼으로 몰고가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종단 자체의 혁신은 기대할 것도 희망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최근 불교계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이나 추문에 대해 “너무 참혹할 정도로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더러워졌다”며 “자승 스님이 이끄는 총무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고, 자승 스님 세력이 저지르고 있는 해악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명진 스님은 2016년 12월 <김어준의 뉴스공장>(TBS)에 출연해 “템플스테이나 문화재 관리비용이 총무원장의 통치자금처럼 변했다”고 말하는 등 자승 스님의 종단 운영을 비판했다. 그뒤 조계종 호법부는 “근거 없이 승가의 존엄성과 종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종단 집행부와 주요 종무직에 있는 스님들을 폄하하고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명진 스님의 제적을 요구했고, 종단 사법기구인 초심호계원은 명진 스님이 이 사건 심리를 위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법부의 청구를 그대로 수용해 2017년 4월5일 제적을 결정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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