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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큰 병’ 환자는 한밤 응급 때도 4시간 달려 서울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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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②

지역 병원서는 치료기록 없다며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환자 보내



‘큰 병 걸리면 서울로 가라.’ 해마다 비수도권에 사는, 국내 사망원인 1위 암 환자의 30%, 소아암 환자는 70%가량이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한다. 체력이 약한 환자가 4~5시간씩 걸려 수백㎞를 통원하거나, 아예 병원 옆에 거처를 얻어 서울살이를 시작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 대형병원 인근에 하나둘씩 환자 숙소가 들어서더니 이제 고시원·고시텔·셰어하우스·요양병원이 밀집한 ‘환자촌’으로 자리잡았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부터 석달간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과 경기도 국립암센터 인근에서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틈타 성업 중인 환자방 실태를 취재했다. 또 같은 기간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치료받는 지역 암 환자와 보호자 46명을 인터뷰하고, 188명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10명의 자문을 거쳐 한국의 지역 의료 불평등 실태와 필수의료·의료전달체계 대책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달 9일 자정 무렵 식도암 환자 고수동(76)씨를 태운 사설 구급차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전남 완도군 노화도 집에서 서울 강남의 병원까지는 멀고도 애타는 여정이었다. 그 전날 숨이 차오르고 가래가 멎지 않는 상황에서 수동씨는 딸과 사위를 호출했다. 바로 딸 부부의 차를 타고 15분 거리 노화도 항구로 나가 배를 타고 전남 해남 항구까지 40분 가까이 이동했다. 광주광역시 딸 집까지는 다시 차로 2시간 남짓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