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유지해온 ‘정치 공공요금’ 포퓰리즘이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유럽연합의 3분의 1 수준인 전기 요금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제 LNG 가격이 3배 오르는 동안 한 번도 올리지 않은 가스 요금, 연 1조원 적자를 내면서도 65세 이상 무임승차 제도를 39년째 유지한 서울 지하철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치적 요금 체계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포퓰리즘 유혹을 뿌리치고 요금을 현실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큰 틀에서 옳다. 하지만 정책에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는 ‘인플레이션 방어’ 정책을 펴오다가 한꺼번에 고삐 풀린 듯 공공요금을 동시에 올려 ‘공공요금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정책은 모순처럼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은 다른 품목 가격을 연쇄적으로 높이기 때문에 경제에 주는 부담이 크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마저 침체되면 경기 침체 속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기 힘들게 된다. 내수 침체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 경제에는 심리도 중요한 만큼 국민에게 공공요금 인상의 부담을 한꺼번에 지워 과도한 경기 위축을 자초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시다발적 인상 대신 인상 시기를 조율하는 등 경제 운용의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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