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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전기·가스요금 올려놓고…“공공요금 동결” 지자체 압박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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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불만…수도권서 특히 높아

한겨레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도 기조실장들과 영상회의를 주재하며 지자체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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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대란’에 놀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공공요금의 동결을 압박하고 나섰다. 상승폭이 줄어들던 물가가 올해 들어 전기·가스요금 폭등으로 다시 들썩이자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택시·버스요금 등 원가 상승분을 공공요금에 반영하려던 지자체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물가 관리 실패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뒷말도 나온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7일 전국 17개 광역 시·도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지방물가 안정을 위해 인상 시기를 늦추는 등 지방공공요금 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해달라”며 “지방공공요금 감면을 적극 추진한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 재정 특전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고’의 모양새를 띠었지만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의 돈줄을 붙잡고 요금 동결을 사실상 강제한 모양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5.0%(11·12월)까지 상승폭이 감소한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5.2%) 다시 반등했다. 전기·가스 등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이 한해 전보다 28.3%나 급등한 게 컸다. 여기에다 상당수 지자체가 버스·택시·상하수도 등 지자체 관리 공공요금을 인상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던 터라, 물가 상승폭은 더 치솟을 공산이 컸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동결’ 압박에 지자체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광역시·도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적자를 메우고 노후 시설 개선 공사비 마련을 위해선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행안부 발표를 들으니) 심란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광역단체 핵심 간부는 “요금 인상은 지난해 말 확정된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다. 행안부가 지침을 내려도 도와 일선 시·군이 계획한 인상안을 재검토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상당수 지자체는 요금 인상 준비를 마친 상태다. 경기·인천·부산·광주·충남·전남·전북 등은 모두 택시요금 인상을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거나 마무리했다. 행정 절차를 매듭짓고 요금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곳도 여러곳이다.

불만의 수위는 인천·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에서 특히 높다. 서울시가 지난해 결정한 택시요금 인상을 이달부터 시행할 때는 아무런 말이 없던 정부가 뒤늦게 다른 지자체의 요금 인상을 가로막고 나선 탓이다. 수도권의 한 광역단체 담당자는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데 서울시 택시 인상분만큼 우리 지역도 인상해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갑자기 행안부가 동결을 권고하고 나서니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면 각 지자체가 각자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훗날 눌려 있던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현실화하면 민생에 미칠 충격도 커지고 지자체 재정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손지민 최예린 송인걸 기자 sjm@hani.co.kr,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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