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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포항엔 소아암 의사가 없어요”…희원이의 640㎞ 치료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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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① 대형병원 옆 환자방



‘큰 병 걸리면 서울로 가라.’ 해마다 비수도권에 사는, 국내 사망원인 1위 암 환자의 30%, 소아암 환자는 70%가량이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한다. 체력이 약한 환자가 4~5시간씩 걸려 수백㎞를 통원하거나, 아예 병원 옆에 거처를 얻어 서울살이를 시작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 대형병원 인근에 하나둘씩 환자 숙소가 들어서더니 이제 고시원·고시텔·셰어하우스·요양병원이 밀집한 ‘환자촌’으로 자리잡았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부터 석달간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과 경기도 국립암센터 인근에서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틈타 성업 중인 환자방 실태를 취재했다. 또 같은 기간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치료받는 지역 암 환자와 보호자 46명을 인터뷰하고, 188명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10명의 자문을 거쳐 한국의 지역 의료 불평등 실태와 필수의료·의료전달체계 대책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달 5일 아침 6시 반, 열두살 희원이가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낯선 천장, 낯선 냄새. 희원이는 “세정제와 소독약 냄새가 코로 들어오면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경북 포항에 사는 희원이와 엄마 김소영(가명·43)씨가 잠을 깬 곳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소아암 환자 셰어하우스다. 12㎡ 남짓 방 한칸이 모자의 서울 쉼터다. 방이 세개인 이곳에는 다른 두 환자 가족도 함께 묵는다. 혹여 옆방 투숙자가 깰세라 희원이와 엄마는 조용히 나설 채비를 한다. 마음은 급하다. 택시로 5㎞만 가면 서울아산병원인데, 교통체증으로 30분 넘게 걸린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