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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빌라왕이 '임대사업자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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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국] ⑪ 전세금 안 줘도 말소 3건뿐…정부 대책에 빠진 것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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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대란의 출발점은 2017년 정부가 내놨던 임대사업자 활성화 정책입니다. 앞서 SBS 전세사기 특별취재팀은 주택 100채 이상 악성 임대인 49명의 주택 매입 시기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이들의 연간 주택 매입량이 2018년 2배 이상 뛰어올라 2020년까지 급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빌라왕-국] 6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서 통제 방안은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른바 '빌라왕'들이 임대 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며 범행을 이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억 이상' 보증사고 19명, 전세금 5,800억 떼먹었다



SBS 전세사기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6월 기준 주택도시보증공사 HUG의 2건 이상 전세 보증사고 임대인 669명 명단을 입수해 그 실태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최근 김승남 의원실을 통해 지난해 11월 기준 보증사고 현황을 추가로 입수했는데, 그 결과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2건 이상 보증사고를 낸 임대인 수가 754명으로 늘었고, 이들의 보증사고 총액도 1조 1,898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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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기준 가장 많은 사고를 낸 악성 임대인은 '발리의 신'과 함께 '2400 조직'에 소속된 40대 박 모 씨입니다. 보증사고 건수 293건, 사고 금액은 646억 원입니다. 박 씨를 포함해 모두 19명의 임대인이 100억 원 넘는 보증사고를 냈는데 이들의 사고 총액은 5,879억 원에 달합니다. 보증사고 금액 대부분은 허그가 먼저 변제해준 뒤 구상권을 청구하는데, '100억 이상' 사고 임대인의 경우 겨우 8.2%만 돌려받았습니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의 절반가량은 100채 이상 주택을 사들인 '빌라왕'들이 벌인 짓이었습니다. 이들이 임대사업자 자격으로 각종 혜택을 받으며 범행을 이어 나가는 것을 왜 막지 못했냐는 것이 피해자들의 지적입니다.
[A 씨 / 전세사기 피해자]
이미 피해자분들이 계셔서 지자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 측에 빌라왕의 임대 사업자 박탈 등을 요청했을 때 불가하다는 내용을 들었고. 피해자가 지금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지켜보기만 하니까 정말 분통이…


전세금 안 줘도 자격 말소 3건뿐…법 규정 '유명무실'



세제 혜택 등을 받지 못하게 악성 임대 사업자의 자격을 박탈하는 법 규정은 이미 있습니다. 2020년 말 이후 임대 사업자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지자체장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민철 의원실을 통해 국토부에 확인한 결과,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자격이 박탈된 임대 사업자는 지금까지 단 3명뿐이었습니다.

2021년 대구와 경기 양주시, 지난해 경북 경산시에서 보증금 반환 등 판결로 임대 사업자 등록이 말소됐는데, 이들은 주택 1~3채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즉, 빌라왕으로 지목된 악성 임대인 중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임대 사업자 자격이 박탈된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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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에 정한 말소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게 문제입니다. 보증금을 돌려주라는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악성 임대인이 계속 상소할 경우 몇 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려운 대법원판결까지 받아내야 하니 전세사기 피해가 커지는 것을 조기에 막을 수 없습니다.

판결이 나온다고 임대사업자 말소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정부와 법원, 지자체 사이 전달 체계가 없어 세입자가 판결문을 제출하면 그제서야 지자체가 검토를 시작하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말소 담당자인 지자체 건축과 공무원 입장에서는 누가 어디에서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악성 임대인이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를 일으킬 경우 누군가 나서 중단시켜야 할 텐데, 그 책임을 국가가 아닌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겁니다.

법원 판결이 아닌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악성 임대사업자의 등록이 말소된 경우는 아예 없었습니다. 조정안을 수락한 뒤에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말소가 가능하지만, 애초 임대인이 조정을 거부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김민철 의원실 확인 결과, 지난해 분쟁조정위에 '빌라왕' 김 모 씨와 '빌라의 신' 권 모 씨에 대한 조정 신청이 접수됐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전세사기 예방한다며…임대사업자 재활성화 추진



지난 2일 정부는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SBS 전세사기 특별취재팀이 지적했던 전세금 반환보증 개선, 정보제공 강화,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등이 대책에 포함돼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 대책에 악성 임대사업자의 자격 말소 등 직접적인 통제 방안이 제대로 담기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기죄로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된 전세사기범의 임대사업자 자격을 말소하는 법안(김학용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됐지만, 판결이 확정되기 전 피해를 방지할 수 없다는 문제점은 그대로입니다. 정부가 수십 채 이상 임대사업자는 집중 모니터링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선제적으로 자격을 박탈하는 식으로 관리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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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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