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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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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투기 띄우자 발끈한 중국…풍선용도 진실공방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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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중국 정찰 풍선 사태가 미·중 관계에 새로운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질 예정이던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취소한 데 이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시키는 ‘강수’를 뒀다. 중국이 ‘과잉 대응’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후속 대화를 통해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하던 미·중간 관계가 다시 살얼음판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현지시간) CNN·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F-22 전투기의 AIM 공대공 열추적 미사일 발사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도시 머틀비치 연안 인근에서 비행중이던 중국의 정찰 풍선이 바다로 추락했다. 이날 격추 작전에는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F-15 전투기와 오리건·몬태나 등 5개주에서 출격한 공중급유기 등 다수의 군용기가 동원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풍선이 격추된 직후 메릴랜드주 해거스타운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수요일(2월 1일) 브리핑을 받을 때 국방부에 가능한 한 빨리 격추하라고 지시했다”며 “작전을 성공한 조종사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지난달 28일 알래스카 상공에 진입한 중국 정찰 풍선을 처음으로 포착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31일 정찰 풍선이 캐나다 영공을 거쳐 미 아이다호 영공으로 재진입하자 본격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다음날인 이달 1일 중국 풍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말름스트롬 공군기지가 있는 미 몬태나주 상공에 도달하자 미국 정부는 격추 결정을 내렸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군 당국에 풍선을 안전하게 격추할 수 있는 시점이 오는대로 신속하게 작전을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중국은 비행선이 민간용이고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진입했으며 완전히 의외의 상황임을 이미 여러 차례 미국에 알렸다”며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 풍선이 지상 인원에게 군사적·신변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은 국제관례를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국이 강경 대응한 이유는 중국 정찰 풍선이 자국의 민감한 군사시설 등을 감시하는데 활용됐다고 보고 있어서다. 호주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의 피터레이튼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감시 풍선은 미국의 통신 시스템과 레이더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퇴역한 미 공군 대령이자 CNN 군사분석가인 세드릭 레이튼도 “이 기구(정찰 풍선)가 수집한 정보는 위성 링크를 통해 중국에 실시간 중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오는 5~6일 예정됐던 방중 일정을 전격 연기하면서 이같은 점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것(풍선)이 중국의 정찰풍선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며 “지금은 건설적 방문을 위한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가 같은날 미 영공을 침범한 기구를 ‘정찰용’이 아닌 ‘민간의 기상 연구용’이라고 해명한 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대만에 정찰풍선을 보낸 전례가 있다.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만 중앙기상국 정밍뎬 국장은 지난 2021년 9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고공탐측풍선’이 대만에서 발견됐으며, 2020년 일본 미야기 지역에서도 나타났던 저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찰풍선’ 사태로 인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미중 관계가 다시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풍선이 미국 본토 상공에 등장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미중 양국은 대화를 유지해가며 표면적으로 관계 개선을 추진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정상화담을 갖고 “양국의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경제팀 수장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다보스포럼에서 회동을 갖고 양국 경제현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특히 경제와 민생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미국에 대해 과거보다 한층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랑(늑대전사)외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친강 신임 외교부장이 춘제 연휴 기간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장 스크린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미국인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약 3년 반 만에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의 중국 본토 개봉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정찰풍선 사태를 계기로 블랑컨 장관의 방중이 취소되면서 대화모드에 다시 제동이 걸렸고 양국간 신뢰에도 큰 상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찰풍선의 성격과 영공침범 원인을 둘러싼 미중간 치열한 공방전도 예상된다. 베이징소식통은 “중국은 비행체가 민수용이며 의도치 않게 미국에 들어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비행체의 진짜 정체를 둘러싼 미중간 진실공방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측 모두 상황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것은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오프닝을 통해 경제 회생에 전념하고 있는 중국은 대외관계의 핵심인 미국과의 충돌을 원만하게 관리해야하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상황 악화와 오판을 피하기 위해 양국이 계속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 고위당국자도 “외교가 우리의 가장 복잡한 양자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여건이 허용하는 대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블링컨 장관이 방중 재추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가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오래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과 미국은 정찰 풍선에 대한 긴장이 완화하면 일정을 재조정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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