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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올 콜옵션만기 4조 … 고금리에 자금마련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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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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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보험업계에서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된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보험사의 자본성증권(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규모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흥국생명 사태를 교훈 삼아 대부분 보험사가 예정대로 콜옵션을 이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금리가 높고 장부상 자본 인정 비율도 줄면서 보험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주요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사모펀드 포함) 만기가 줄줄이 돌아온다. 당장 DB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이 이달에 각각 후순위채 800억원(발행 금리 5.2%), 신종자본증권 600억원(6.2%)을 상환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예정대로 상환한다고 일찍부터 밝혔다.

이어 메리츠화재가 4월 1000억원(4%)의 후순위채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자금 여력이 충분해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 회사 모두 사모 자금이어서 만에 하나 미이행 사태가 발생해도 흥국생명 사태 때처럼 자금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성증권은 통상 5년 콜옵션 조건을 포함해 조기 상환을 관례로 한다. 올해는 2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콜옵션 물량이 2조1132억원으로 가장 많다. 최대 관심사는 4월 한화생명의 10억달러(약 1조2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상환이다. 올해 예정된 콜옵션 만기 중 금액이 가장 크다. 한화생명은 지난해부터 예정대로 상환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구체적인 자금 마련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차환 발행 없이 외화 자산을 현금화해 상환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재정건전성 지표인 새 지급여력제도 기준을 훨씬 초과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작년 3분기 기준 지급 여력(RBC) 비율은 159%로, 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오는 5~6월에는 DB생명, DGB생명,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신한라이프 등의 만기가 돌아온다. 금액은 300억원(DB생명)에서 2000억원(신한라이프)까지 다양하다. 5월에 2억달러(발행 금리 7.5%)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이 예정된 KDB생명 관계자는 "예정대로 콜옵션을 이행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방법은 대주주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 만기 예정인 롯데손해보험(600억원)과 신한라이프도 차질 없이 상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분기 보험 자금 시장의 복병은 또 있다. 보험사별 새로운 성적표가 줄줄이 공개된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달라진 보험사 '회계장부' 작성 방식과 재정건전성 평가 기준을 적용한 수치가 처음 공개되는 것인데, 기존 보험사 순위와 얼마나 달라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지표를 올리려면 더 많은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IFRS17 제도에서는 보험사 부채가 '현재 가치'로 평가된다. 당국은 올해 발행되는 신종자본증권은 요구 자본의 50% 한도 내에서만 가용 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이 올해 만기가 돌아온 금액만큼 차환 발행을 하려면 예전보다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작년 흥국생명 사태 때도 RBC 기준을 맞출 방법을 찾다가 어쩔 수 없이 미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안다"면서 "중소형 보험사들은 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차환 발행을 선택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작년 같은 자금 경색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금리가 부담이다. 차환 발행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고금리와 자본 확충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선제적 자금 확충을 위해 발행한 자본성증권이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국은 지난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은 신지급여력제도 기준상 가용 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모두 가용자본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에 보험사들이 대응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보험업계는 작년에만 4조원 이상의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2020년 9680억원, 2021년 2조8685억원과 비교해 급증한 수치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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