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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우디 빈 살만 집권후 사형 2배... 年평균 130건씩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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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경범죄에도 남발

“불공정 재판, 반대세력에 공포감”

조선일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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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 집행 건수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집권한 2015년 이후 기존의 약 두 배로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우디 인권 단체 ‘사형집행취소’와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2015년부터 2022년 사이(2020년과 2021년 제외) 연평균 129.5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이는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연평균 70.8건과 비교해 1.83배에 달한다. 이 보고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잡고 나서 사형이 크게 늘었다”며 “왕세자가 ‘살인죄만 사형으로 다스리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다른 죄에도 사형을 남발, 반체제 인사와 시위대의 입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즉위한 2015년 1월부터 사우디의 실권자가 됐다. 지난해 9월엔 사우디의 공식 수반인 총리에도 취임했다. 보고서는 “빈 살만의 사우디 정부가 미성년자, 여성, 외국인과 경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여성들이 사형대에 오르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고용주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인도네시아 여성이 참수형을 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ESOHR은 “사우디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성문화하지 않은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법관이 판결을 하고 형량을 정할 수 있다”며 “유엔은 이를 자의적이며 불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죄형 법정 주의와 양형 기준에 따른 형(刑)의 선고 등 근대적 사법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형 집행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근거로 들쑥날쑥한 사형 집행 건수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47건의 사형 중 55%인 81건이 3월 12일 하루에 집행됐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사형을 전혀 집행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2020~2021년은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지목되면서, 미국과 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진 시기”라고 분석했다.

인권 단체들은 “사형 선고 과정에서 불공정한 재판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고문도 관행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심지어 미성년자들이 고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사형 집행을 피고인의 가족에게 알리지 않거나, 시신을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는 등 인륜에 어긋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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