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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당 빼고 칼로리 빼고 갓생… 헬시플레저 겨냥한 제로푸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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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어선 씨(30)는 올 들어 당질제한식을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에 불어난 몸무게도 문제였지만 30대가 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도 그를 다이어트로 이끌었다. 그가 실천하는 당질제한은 간단하다. 밥, 빵, 면류 등의 주식과 디저트, 탄산음료 등에 다량으로 함유된 당질 섭취를 최대한 자제하는 게 전부다. 이어선 씨는 “작심삼일일지 모르지만 일본의 당뇨 전문의 에베 코지의 책을 보고 결심이 섰다”며 “당이나 탄수화물을 줄이면 혹 먹을 게 없는 것 아닌가 했는데, 최근 관련 제품들이 많아져 큰 불편 없이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해 들어 ‘자기 관리’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부지런한 삶을 사는 이른바 ‘갓생(God+인생·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산다는 신조어)’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전국 만 20~5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결과에도 ‘운동·다이어트·건강관리’(63.1%)가 가장 높은 응답을 이끈 새해 계획이었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건강 습관이 주목받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Health)과 기쁨(Pleasure)을 합성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도 회자되고 있다. 헬시플레저는 말 그대로 건강관리의 즐거움을 의미한다. 억지로 식단을 절제하거나 운동을 강요하는 방식과 달리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상에서 즐겁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식음료업계에선 ‘제로 열풍’이 거세다. 설탕을 넣지 않아 칼로리는 줄이고 그 대신 인공감미료로 맛을 유지하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는 것. 이른바 헬시플레저를 노린 제로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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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아니면 NO? 왜?!
앞서 밝혔듯이 헬시플레저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운동을 하거나 식단을 조절하더라도 무작정 달리거나 절제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실천할 것이냐에 초점을 둔다. 식사도 마찬가지. 어떤 음식을 얼마나 더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제로칼로리를 내세운 무설탕 단맛 제품은 이러한 트렌드를 노린 영민한 전략이다. 특히 음료 시장이 뜨겁다.

롯데칠성은 MZ세대를 겨냥해 ‘펩시 제로슈거 라임’과 ‘칠성사이다 제로’, 과일향 탄산음료 ‘탐스 제로’ 3종을 출시했다. 롯데칠성 측에 따르면 펩시 제로슈거는 출시 1년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1억만 캔(250㎖ 환산 기준)을 돌파했다. 2010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동아오츠카의 제로칼로리 사이다 ‘나랑드사이다’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칼로리, 색소, 설탕, 보존료가 없는 ‘4제로(zero)’를 내세웠다. 농심이 선보인 제로칼로리 음료 ‘웰치제로’는 출시 석 달 만에 1300만 캔이 판매되기도 했다. LG생활건강도 ‘코카콜라 제로’를 비롯해 스프라이트 등 주요 브랜드의 저칼로리 라인업을 확충했다.

무설탕 제품의 인기는 탄산음료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무알코올 맥주 맛 음료 ‘하이트제로0.00’를 리뉴얼하며 지난해에 칼로리와 당류도 걷어냈다. 국내 최초의 ‘올 프리’ 제품이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오비맥주의 ‘카스 0.0’이 맥주 시장의 제로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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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 제로, 스프라이트 제로, 칠성사이다 제로, 나랑드 제로, 코카콜라 제로, 펩시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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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칼로리 시장엔 고열량 제품인 에너지드링크도 참전했다. LG생활건강의 ‘몬스터에너지 제로 슈거’, 동서음료가 수입·판매하는 ‘레드불 슈가프리’ 등이 경쟁에 나섰다. 과자류도 마찬가지. 롯데제과는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를 사용한 ‘쁘띠몽쉘 제로 카카오’를 선보인 데 이어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ZERO)’를 론칭했다. 다이어트 베이커리 브랜드 거꾸로당은 밀가루와 설탕이 없는 다이어트 베이커리 제품을 통해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제로칼로리 음료에는 정말 칼로리가 전혀 없을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식품위생법상 음료수는 100㎖당 4㎉ 미만일 때 ‘무(無)’열량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며 “설탕 대신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를 넣어 당류가 없고 칼로리가 낮은 것이지 칼로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그럼 인공감미료는 인체에 무해한 것일까. 수크랄로스, 사카린,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스테비아, 알룰로오스 등의 인공감미료를 승인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권고 용량 이상 섭취하지 않으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제로탄산음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수크랄로스는 체중 1㎏당 15㎎, 아스파탐은 40㎎가 권고용량이다. 60㎏ 성인 기준 일일섭취 허용량은 900㎎ 정도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먹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인공감미료가 체내에 흡수되진 않지만 단맛은 그대로 느껴진다. 즉 ‘단맛 중독을 피해갈 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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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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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나트륨도 DOWN, 로푸드 마케팅
제로칼로리와 함께 지방과 나트륨 등을 줄인 ‘로푸드(Low Food)’도 등장했다. 오뚜기는 기존보다 지방 함량을 40% 줄인 ‘가벼운 참치’ 5종을 선보였다. 동원F&B는 나트륨과 지방을 각각 25% 이상 낮춘 차세대 프리미엄 캔햄 ‘리챔 더블라이트’를 내놨다. 한국야쿠르트는 썬키스트와 협업해 설탕, 합성첨가물, 합성향료, 보존제가 들어가지 않은 ‘썬키스트 프레시컷 과일푸드’ 7종을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는 ‘무설탕 올리브 모닝롤’, 미국 유기농 아이스크림 브랜드 쓰리트윈즈의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슬림트윈’을 출시했다. 정식품은 설탕 대신 당의 소화·흡수 속도가 5분의 1 수준인 팔라티노스를 사용해 ‘베지밀 에이스 저당두유’를 선보였다. 하림은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고단백 저칼로리 간편식 ‘닭가슴살리얼바’를, 사조대림은 저지방 고단백 닭가슴살 제품인 ‘사조안심 닭가슴살 후랑크’를 출시했다.

식품업계에선 글루텐 프리 수요에 맞춰 일반적인 밀가루면 대신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대체식품도 출시하고 있다. 샘표는 지난해 면요리를 더 건강하게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샘표 현미쌀소면’을 출시하며 쌀소면 라인업을 확대했다. 풀무원식품의 ‘두부면’은 탄수화물 과잉 섭취를 예방하는 식단 조절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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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소주, 처음처럼 새로


제로슈거 각축장 된 소주 시장
무엇보다 주목받고 있는 시장은 ‘제로슈거’를 내건 소주 시장이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진로 소주를 제로슈거 콘셉트로 리뉴얼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번 리뉴얼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진행했다”며 “당류를 사용하지 않고 하이트진로의 98년 양조기술로 진로 본연의 맛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에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제로슈거 소주 ‘처음처럼 새로’는 불과 3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량 2700만 병을 돌파했다. 이는 롯데칠성음료 내부에서 목표했던 판매량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출시 후 두 달간 1000만 병이 팔린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보다 판매 속도가 빠르다. 롯데칠성음료의 거침없는 질주에 하이트진로가 맞불을 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독도소주도 제로슈거 제품인 ‘40240 독도 17’을 출시했다. 독도소주는 2021년 3·1절에 편의점 CU에서 처음 출시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다. 정식 명칭은 ‘40240 독도소주’로 경북 울릉군 독도의 우편번호를 제품명에 담았다. 독도소주 제로슈거는 당류를 빼 기존 제품에 비해 낮은 칼로리가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도 17.3도에서 17도로 낮췄다. 최근 술을 활용해 다양한 음료를 제조하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에 맞춰 여러 음료와 섞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참이슬의 전국 점유율이 여전히 탄탄한 가운데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상권에서 처음처럼 새로 등 제로슈거 제품의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홈술과 혼술의 유행도 여전해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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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면으로 조리한 요리


여기도 또다시 궁금증 하나. 제로슈거를 표방한 일명 무설탕 소주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제로슈거 소주에는 당류 대신 합성감미료가 들어간다. 사카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이 주요 합성감미료다.

이들은 이미 실험을 통해 안전이 입증된 물질이다. 앞서 제로칼로리에서 살펴봤듯 적은 양이 흡수되기 때문에 인체엔 무해하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아직 장시간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일본은 이미 제로 열풍

옆 나라 일본은 이미 제로 열풍이 한창이다. 팬데믹 시기에 ‘코로나’와 일본어 ‘살찌다(太る)’의 합성어인 ‘코로나부토리(コロナ太り)’란 신조어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건강관리(다이어트)가 핫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더불어 맥주부터 저당질 빵, 소스, 과자까지 다양한 형태의 ‘당질 제한’ 식음료가 매대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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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당질량을 확 줄인 맥주 시장은 한국보다 서너 걸음 앞서있다. ‘당질제한’ 맥주는 함유된 당질량에 따라 ‘당질오프’와 ‘당질제로’로 구분된다. 당질제로 맥주는 식품표기법에 따라 설탕 등의 당류와 전분 등의 다당류, 자일리톨 같은 당알콜 등을 모두 제거했다. 이에 반해 당질오프 맥주는 각 제조사마다 이전 제품과 비교해 당질이 낮은 경우를 가리킨다. 기린맥주가 2020년 10월 처음 선보인 당질제로 맥주는 출시 6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 케이스(633㎖ 용량)를 넘어섰다. 이는 기린맥주 제품 중 가장 빠른 판매기록이다. 이후 산토리도 2021년 4월 당질제로 맥주를 출시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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