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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반도체 불황 넘어 빙하기 … 마이크론·인텔 이어 삼성도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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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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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분기 10조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7% 가까이 급감하면서 삼성전자도 비상 상황을 맞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1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은 매출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메모리 부문의 매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2021년 4분기 19조4500억원이었던 매출이 작년 4분기에는 12조1400억원으로 38% 줄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적자 전환이 확실시된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최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 영향 속에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며 "시스템LSI는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시황이 워낙 좋지 않은 상태로 4분기에 이미 삼성전자 DS 부문 메모리사업부는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나마 파운드리 등의 실적이 받쳐주면서 DS 부문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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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전체 실적이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역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D램 가격은 2016년 6월 가격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달러대로 주저앉았다. 31일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D램 평균 가격은 1.81달러로 전월 대비 18.1% 하락했다. 지난해 말 가격이 3.71달러였음을 감안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보다 각각 13~18%, 10~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반도체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양대 품목 평균 가격이 올 1분기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올해 메모리 반도체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합계 영업손실이 역대 최대인 50억달러(약 6조14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에 앞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역시 매출 하락과 적자의 늪에 빠진 상태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실적(2023년 회계연도 1분기) 발표에서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46.9% 하락했고, 65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4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1.7% 감소했으며, 7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또한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13.1%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 관심이 컸던 '감산'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기술적 감산'을 시사했다.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식의 '인위적 감산'에 대한 언급 대신 라인 재배치와 생산시설 효율화 등으로 단기적인 감산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감산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강화하고 미래 선단공정 대응을 추진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단기 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bit·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올해 하반기 시장 반등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수요가 2024~2025년에는 공급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인 DDR5가 데이터센터에 본격 적용되는 등 시장 수요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24~2026년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 상황이 다시 연출될 수 있다는 예상과 실적 방어 사이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이 감산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시장에 감산에 대한 메시지는 전하면서도 내년 이후 시장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함께 고려해 콘퍼런스콜에서 톤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자본지출(capex)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좋은 기회"라며 "올해 자본지출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진한 실적 발표의 영향으로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63% 하락한 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승진 기자 / 오찬종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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