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난방비 폭탄에 '덜덜'… 식당선 "손님 나가면 꺼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도 없는데 난방비 걱정에 한숨만 나오네요."

최저기온이 -8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서는 실내 온도를 더 높여달라는 손님과 온도를 올리는 것이 어렵다는 가게 주인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한 손님이 "너무 춥다. 온도를 좀 높여달라"고 하자, 가게 주인인 서 모씨는 "난방비가 너무 올라 이 온도가 최선이다. 양해 좀 부탁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결국 손님들은 외투를 벗지 않은 채 볼멘소리를 내며 불만 섞인 모습으로 식사하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낮아진 상황이라 식당 내부에는 한기가 느껴졌다. 서씨는 "난방비가 12월에 30%가량 올라 1월에는 최대한 줄이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1월 요금은 50%까지 오를 것 같아서 더 무서운데 손님들 요구도 마냥 무시할 순 없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난방비 급등으로 자영업자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난방비 부담이 커진 데다 연일 한파로 실내 온도를 높여달라는 손님들 요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가스 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며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음식점과 목욕탕에서는 "영업하면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동대문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남 모씨는 "난방비 고지서가 오는 게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매일경제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공급받는 가스 도매요금은 급등하는 추세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시가스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업무난방용 가스 도매요금은 MJ(메가줄)당 34.69원이었다. 1년 전인 2021년 12월(22.01원)에 비해 57.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주택용 난방 요금이 42.3% 오른 것보다 훨씬 높은 인상률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음식점에 사용되는 영업용1 가스 요금이 16.4%, 목욕탕에 사용되는 영업용2 가스 요금이 17.4% 인상됐다. 주택용 인상률(15.9%)보다 높았다.

자영업자들은 '난방비 폭탄'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지만 손님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서울 동작구에서 80평 규모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최 모씨(60)는 최근 평년보다 25만원이 더 나온 난방비에 충격을 받았다. 실내 온도를 높이는 대신에 창문에 외풍 차단 비닐을 붙이고, 담요를 추가로 갖춰뒀다. 그런데도 춥다는 학생 민원이 계속됐고, 최씨는 전기난로를 가져다 놓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최씨는 "난방용품을 갖다 놓으려고 해도 전기료까지 많이 올라 이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실내가 따뜻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박 모씨(28)는 "요즘 어딜 가도 예전만큼 따뜻한 곳이 없어 실내에서도 외투를 많이 입고 있다"며 "난방비가 올라서 그런 건지 업장들이 난방을 덜 트는 것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난방을 최소화하자니 손님들이 항의하고, 손님들 요구에 맞추자니 '난방비 폭탄'이 두려운 자영업자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 모씨(36)는 "날씨가 춥다 보니 난방을 틀어도 많이 따뜻해지지 않아서 온도를 더 높여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전처럼 막 올리기에는 난방비가 걱정돼 올리는 걸 꺼리게 되지만 손님들 요구가 계속돼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학교도 공공요금과 난방 수요가 늘면서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외국어고, 자사고 등 자율형 학교의 경우 교육청에서 운영지원비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천정부지로 뛰는 난방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서울 소재의 한 외국어고 관계자는 "2021년 12월 전기료가 1500만원 나왔는데 작년 12월에는 2000만원이 나와 부득이하게 올해 등록금을 5~10%가량 인상했다"며 "학생들에게도 적정 온도만 유지하고 난방비를 절약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반 학교의 경우 교육청 운영지원비 안에서 난방비를 해결하기 때문에 난방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소재 한 일반고 관계자는 "난방비가 오르긴 했지만 미리 짜놓은 예산이 크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고 예산이 부족할 경우 공공요금은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나은 기자 / 문가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