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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대 명절인 설의 영어 표현이 '음력 설'(Lunar New Year)'이냐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냐를 두고 논쟁이 확대된 배경에는 중국의 민족주의 고조와 아시아 국가 간의 문화적 정체성 갈등이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습니다.
CNN은 '중국 설이냐 음력 설이냐, 누구에게 묻느냐에 달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많은 중국인들이 '중국 설' 표현을 고집하고 '음력 설' 표현에 격렬히 반발하는 데에는 강화된 민족주의 흐름이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음력 설' 지지자들은 설이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고유의 명절로 자리 잡았으며 각기 다른 의례, 음식,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내 여러 언론사에서 참고하는 AP통신 스타일북에서도 '중국 설' 대신 '음력 설' 표현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설이 자국의 태양태음력을 바탕으로 한 점과 동아시아 다른 국가에 대한 자국의 역사적 영향력을 강조하며 자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중국 설' 표현을 써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논쟁은 여러 해 동안 반복돼왔지만, 올해는 한국 관련 행사를 소개하며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설) 표현을 쓴 영국박물관의 트위터 문구가 촉매가 돼 갈등이 커졌으며 중국에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한국인이 주도하는 '음력설' 표현은 중국 문화에 대한 서구 국가의 이념적 공격"이라는 글이 인기를 끌었고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중국 춘제를 한국의 것으로 생각하는 게 가능한가", "크리스마스도 '미국 크리스마스', '독일 크리스마스'로 이름을 바꿔야 하느냐"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CNN은 서호주대에서 문화간 커뮤니케이션과 소비자 민족주의를 연구하는 메기 잉 장 부교수를 인용해 최근 여러 해 동안 고조된 민족주의 흐름이 이러한 격렬한 반응이 나오게 된 잠재적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를 장악했고, 많은 지식인과 학자, 페미니스트 등의 논평이 '애국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장 교수는 이러한 흐름이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속화됐다면서 "청나라가 외세에 몰락한 '굴욕의 세기'가 중국 민족주의의 바탕이 됐으며 이는 중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또 '설 명칭 논란'이 아시아 국가 간의 문화적 정체성 갈등과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을 반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CNN은 이와 관련해 최근 수년간 한국과 중국이 김치·한복 등의 기원을 둘러싸고 불화를 빚었으며 정치적 의견 불일치, 경제적 보복,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여행제한 조치 맞대응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해온 상황도 갈등에 일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교수는 "'음력 설'이라는 영어 표현을 택하는 것은 중국의 이웃 국가들이 자신의 독립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신승이 기자(seungy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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