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인 9명 사살..중동위기 재발 우려

요르단강 서안서 이슬라믹 지하드와 충돌

9명 사망 12명 부상…최근 중 최대 사상자

팔레스타인 정부 “치안 협력 중단” 선언

유대인 정착촌 확대로 점령 공고화 움직임

블링컨 美 국무 방문으로 갈등 해소될지 관심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테러 조직 검거를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9명이 사살됐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의 치안협력 중단을 선언해 중동 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6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충돌해 최소 9명을 사살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따르면 이날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있는 제닌의 난민캠프에서 양측간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충돌 과정에서 여성 노인 1명과 남성 8명 등 최소 9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총격을 받은 한 건물은 심하게 파손됐다. 최근 이 지역에서 발생한 총격에 따른 사상 규모로는 최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충돌이 테러를 실행했거나 모의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슬라믹 지하드 측도 이스라엘군이 평소와 달리 난민촌 깊숙이 들어와 수색하는 바람에 대응했다고 했고, 무장 정파 하마스도 대원들이 전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제닌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에서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이스라엘군과 차량을 향해 돌팔매질하거나 급조폭발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슬라믹 지하드 관계자는 “현재 제닌에서 벌어지는 일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라며 “지금 멈추지 않으면 (전쟁이) 제닌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 세력 정부와 치안 협력은 현 시간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그동안 요르단강 서안 등에서 이뤄지는 이스라엘군의 수색 작전 등에 협력해왔다.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 치안 협력 단절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일부의 병합을 시도한 때 이후 근 3년 만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에서는 지난해 3월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에 의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테러범 소탕을 명분으로 요르단강 서안의 여러 도시에서 주기적으로 군사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및 주민 간 총격전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및 무장세력 수백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ㅁ팔레스타인 정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적 군사작전이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통해 요르단강 서안 지구 점령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 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했고 현재는 실질적으로 이스라엘 군의 통제를 받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지난해 총회에서 결의안을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의 적법성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잏 팔레스타인 외무부 장관의 여행 허가서를 무효화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세금을 동결하는 등 징벌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오는 29~31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이 요르단강 서안 지구 사태를 해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을 잇달아 만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폭력을 종식시키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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