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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적 소행? 이스라엘 관여?...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 음모론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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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 “악천후에 따른 사고” 발표 불구
상당수 이란인은 ‘암살 가능성’ 추측 제기
노후 헬기·부품 문제... 기체 결함 가능성도
한국일보

이란 수색·구조대원들이 20일 북서부 산악 지역에서 헬기 추락 사고를 당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등 탑승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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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망을 야기한 ‘헬기 추락’ 사건의 정확한 원인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악천후에 따른 사고”라는 게 이란 당국의 공식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란 내부 또는 외부 세력의 개입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암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따라서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이 또 다른 중동 무력 충돌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란인들, '사고 가장 암살' 가능성 의심"


2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언론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일단 이란 정부는 전날 해당 헬기가 험준한 산악 지대를 통과해 비행하던 중 짙은 안개와 구름, 폭우 등을 만나 추락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가시거리는 5m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조종은 물론, 비상착륙마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대자연’을 범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란 정치에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상당수 이란인은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라이시 대통령 또는 이란이 처한 안팎의 정세를 고려할 때, ‘사고를 가장한 암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라이시는 (권력에서) 밀려난 상대적 온건파부터 그를 ‘무능한 대통령’으로 여기는 (강경) 보수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내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며 “국내의 적이 라이시를 죽이려고 공모했다는 의심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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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왼쪽) 이란 대통령이 19일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타브리즈로 돌아가기 위해 헬기에 탑승해 있다.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을 태운 헬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이란 국영TV IRINN 캡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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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가원수 암살은 안 해... 관여 가능성 낮아"


이스라엘의 소행일지 모른다는 추측도 난무한다. 최근 양국의 충돌 때문이다. 지난달 1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에 위치한 이란영사관을 폭격하자, 이란은 2주 후 300발 이상의 미사일·로켓 공격을 이스라엘 영토에 퍼부으며 보복했다. 이스라엘도 엿새 만에 이란 본토에 재보복을 감행했다. 게다가 과거 이스라엘 첩보 기관 모사드가 이란 핵 과학자들을 암살한 전례도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킬 게 명백한 ‘국가원수 암살’ 수준까지 간 적은 없다”며 이번 사고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점쳤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이스라엘의 소행을 의심할 만한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기체 결함 가능성도 있다. 해당 헬기는 1968년 초도 비행을 한 미국산 ‘벨-212’ 기종이다. 미국의 제재에 직면한 이란은 헬기 정비를 위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악천후 속에서 노후 헬기에 기계적 문제까지 생겨 추락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 정보 당국이 타살 증거는 없다고 알려 왔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사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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