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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대재해법 벌써 무력화라니…“이 죽음들이 당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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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 이한빛 피디(PD)의 아버지 이용관씨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ㆍ안전 위기에 대한 산재ㆍ재난 유가족 및 피해자, 종교ㆍ인권ㆍ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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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못 보고 살아온 지난 4년은 생지옥 같은 삶이었습니다. 이미 산재로 자식을 잃은 수천, 수만명의 부모들은 저처럼 삶 자체가 아픔이라 모두 죽은 듯한 삶이 돼버린 한참 잘못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 그리고 기업은 이 죽음들을 여전히 당연하듯 외면하려고 합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하루 앞둔 26일 산재·재난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와 재계를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반대를 위한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지난 2020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29일 동안 단식농성을 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피디(PD)의 아버지 이용관씨, 김훈 작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본격적인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참석자들은 지난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묵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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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재난 유가족·피해자와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사고 피해자 등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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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됐다. 사지가 잘린, 반토막 난 법이라지만 그래도 죽음의 숫자가 줄어들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는데, 전년 대비 산재 사망 희생자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현실에 참으로 비통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경영계는 법의 모호성과 실효성이 없다는 핑계로 최고 책임자 처벌을 면하게 할 안전관리자를 두고 안전관리 체계 입증을 위한 서류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고, 윤석열 정권은 기업이 원하는 대로 법을 무력화시켜 경영계가 ‘더는 안전에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도록 만드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티에프(TF)’를 발족하고 산재 사고 관련 처벌 대상과 수위 등 제재 방식 개선, 처벌 요건 명확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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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재난 피해자 유가족과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및 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에 반대하며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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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재난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와 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하고, 법 보완·개정을 통해 모든 사업장에서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당한 노동환경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피디 아버지 이용관씨는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와 기업은 법 취지인 중대재해를 막고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함에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신년 핵심 국정과제로 노동개혁을 빙자한 노동탄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와 노동탄압의 폭주를 당장 멈추고, 국민의 생명 안전을 지키고 책임지는 정부의 본령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등 67개 단체는 정부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및 관련자 처벌 △50인 미만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지원 △이태원 참사 등 시민재해 책임 고위공무원 즉각 해임 등을 요구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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